몇 주 전에 시장에서 감을 다섯 개 사 왔어요. 아이가 홍시쨈 맛이 궁금하다고 만들어 달라고 해서 맛만 보여 주려고 조금 샀더랬습니다. 집에 남편도 아이도 감을 특별히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많이 사면 남을까 봐 가게에서 판매하는 최소한의 양만 사 왔어요. 그리고 큰 대봉감 대신 크기가 작은 일반 단감을 샀고요.
집에 와서 아이에게 단감 5개 중에 3개는 홍시로 만들고, 2개는 그냥 껍질 깎아서 먹자고 했어요. 알겠다고 좋다고 하더니, 단감 하나를 먹고 나서는 맘이 변해서 맛있다며 다음날, 그다음 날도 감을 하나씩 먹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결국 감은 1개 남았답니다.
그래도 홍시잼맛이 궁금한지 하나 남은 감은 먹지 않고 10여 일을 잘 기다렸어요.
평소에 빵에 쨈을 발라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우유에 찍어 먹는 걸 더 좋아하는 아이가 이 홍시쨈은 아침에 토스트 먹을 때마다 달라고 해서 신기했어요. 남편도 맛있다며 잘 먹더라고요. 그래서 삼일 만에 다 먹었어요. 새로 조금 더 만들어야 하나 생각 중입니다.
이 레시피는 사찰음식의 대가이신 대안스님의 레시피입니다. 원래는 식빵에 홍시잼을 얇게 바르고 견과류를 올려 김밥처럼 돌돌 말아서 잘라먹는 음식인데, 저희 집에서는 그냥 편하게 일반 토스트처럼 먹었어요. 그리고 홍시가 아주 많이 달아서 조청 양도 조절을 했어요.
설탕도 안 들어가는데, 어쩜 이렇게 맛있을까요?
재료는 홍시 1개, 조청 3~4T, 견과류(아무거나) 다진 것 약간입니다.


일단 감을 홍시로 만들어 줘야겠죠? 아주 간단해요. 단감이든 대봉감이든 꼭지가 아래로 내려가게 해서 그대로 두면 점차 말랑말랑 부드러운 홍시로 변한답니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시간이 그렇게 만들어 주는 거죠.
빨리 홍시로 만들고 싶으면 감옆에 사과를 가까이 두면 된다는데, 저는 급할 게 없어서 그냥 베란다 미니 장독 위에 뒀어요. 그리고 추운 날씨 때문인지 10여 일이 되어서야 드디어 홍시로 변했습니다.



홍시는 과육만 숟가락으로 긁어모아주세요. 변비를 유발한다는 꼭지부근의 불투명한 흰색 부분과 딱딱한 씨앗은 빼내어 제거해 주세요. 그러고 나서 냄비에 홍시와 조청을 넣고서 졸입니다. 눌어붙을 수 있으니 불조절에도 신경을 쓰고 틈틈이 자주 저어 주면서 졸여야 합니다.



계속 졸이다 보면 수분이 날아가면서 양도 줄어들고 색도 약간 더 진해지면서 점성이 약간 생겨요. 저는 15분 정도 졸였습니다. 완성이에요!
호박조각처럼 보이는 조각들은 단감의 씨앗을 감싸고 있던 투명한 부분이에요. 그 부분은 가열하면 저렇게 그대로 굳는데, 먹어보면 약간 젤리 같기도 하고 탱글 하니 맛있어요.



먹어보니 설탕이 들어간 댐보다 더 부드러운 단맛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조청이 원래 곡류로 만든 거다 보니 구수한 향도 납니다. 그리고 빵 위에 견과류를 살짝 다져서 올려 먹으면 식감도 오도독오도독 재밌고요.
아이도 그래서 좋아라 하면서 며칠을 연달아 먹었던 것 같아요. 남은 건 냉장 보관했다가 먹을 때 꺼내 먹으면 됩니다. 얼마나 오래 보관가능한지는 모르겠네요. 3일 만에 다 먹어버려서요.



집에 홍시나 감이 있으면 한번 만들어 먹어 보세요. 저처럼 감이 1개만 있어도 만들 수 있답니다. 한번 먹어보면 다양한 풍미를 가진 홍시잼을 좋아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