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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 table/Big Projects

장담그기 - 시판메주로 아파트에서 장담그기, 장담는 날, 소금비율

by 오몽실 2025. 2. 18.

 2025년 첫 번째 빅프로젝트는 장 담그기입니다. 
 
 작년에는 아이와 함께 대두콩을 사서 삶은 뒤 쿠팡에서 구입한 홍국균을 섞어 버무려 집에서 띄워 봤었어요. 콩알메주 만들어 보려고요.

 그런데 처음에 잘 되다가 건조 단계에서 실패를 하고 말았죠. 그래서 콩알메주를 '구입'해서 장을 담갔고, 어쨌든 그 덕에 이제 막 1년이 된 된장과 간장이 집에 있답니다. 간장도 된장도 1L 정도의 적은 양이지만요. 
 
 올해는 얼마 전 '사찰음식 문화체험관' 특강에서 동원스님께 네모난 메주를 만드는 방법과 메주로 장 담그는 걸 배웠어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메주는 못 만들어 봤지만, 시판 메주를 사서 장 담그는 건 해 봤습니다.
 
 네모난 메주를 구입했다면 담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장은 예부터 정월 '말날'에 담그는 게 제일 맛있다고들 하는데, 아쉽게도 말날에 담그진 못했어요. 말날이 뭐냐면 음력 표시가 되어있는 달력에 보면, 12 지신에 나오는 동물 그림이 날짜마다 그려져 있는데 그중에서 말 그림이 있는 날짜가 바로 '말날'입니다.

 

 말날 이외에 이사 갈 때 택일로 인기가 많은 '손 없는 날'도 장 담기 좋은 날로 어겼다해요. '손 없는 날'이란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나쁜 귀신들이 돌아다니지 않아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날로 음력 중 끝자리가 9와 0인 날이 이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악귀들도 해코지 하러 돌아다니느라 바쁘고 피곤한지 쉬는 날이 다 있네요.

 

또, 장은 담는 시기에 따라 정월장, 2월장(음력2월), 3월 장(음력 3월)이라 부릅니다.  

 

이번에 제가 담근 장은 말날에 담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월(음력 1월)에 담근 정월장이니 맛있게 잘 될 거라 생각합니다. 

 

 

달력
말날을-찾아보세요!

 

 

 재료와 준비물은 콩 반말(4kg 내외)로 만든 메주 두덩이 반, 소금 3kg, 16리터짜리 장독, 건고추 2개, 대추 4~5개, 숯 1개, 물 10리터를 사용했어요.

 

 가장 처음 할 일은 수돗물을 1~2일전에 원하는 양만큼 미리 받아 두는 거예요. 미리 받아 두면 불순물도 가라앉고 휘발성이 있는 약품 성분들은 날아가 없어지기도 하겠지요.

그리고는 메주를 솔로 문질러가며 씻은 뒤 하루정도 말려 줍니다. 
 
 그 다음에는 장독을 소독해요. 저희 집에서는 인덕션을 사용 중이라 휴대용 가스버너를 꺼내고 그 위에 장독을 거꾸로 엎어서 20~30초 정도 불길을 쬐어 주었습니다. 긴 시간이 아니었는데도 장독이 따끈따끈해졌어요. 그리고 다시 장독을 완전히 식힙니다. 

 

메주장독 소독소독
메주-반말과-장독소독

 
 
 

 장독도 소독했으니 준비한 재료를 모두 한 곳에 모아봤어요.
 

준비
재료-준비

 
 

 장독에 메주를 넣습니다. 그리고 체에 면포를 하나 깔고 소금을 부어주세요. 미리 받아 놓은 수돗물을 윗물만 떠서 소금 위로 고루 뿌려 주세요. 그럼 소금이 녹아서 물과 같이 장독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간혹 소금에 섞여 있는 뻘(펄)이나 이물질들은 내려가지 못하고 면포에 걸러지고요.

 

메주넣기소금물소금에-물-붓기
메주를-넣고-소금에-물을-부어요

 

 

 소금은 의외로 쉽게 녹지 않아요. 그래서 준비한 분량의 물을 다 썼는데도 소금이 여전히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럴 때는 장독으로 내려갔던 물을 일부 꺼내서 다시 소금 위로 부어주기를 반복하면 됩니다. 
 
 더 간편한 방법은 수돗물에 소금을 넣어 미리 다 녹인 뒤 하루 이틀 그대로 두고,  면포를 깐 체에 거르면서 장독에 소금물을 붓는 거예요. 아래에 가라앉은 찌꺼기 부분은 제외하고요.

 

 소금물의 농도는 신선한 계란을 소금물에 넣었을 때 계란이 100원~500원 동전 크기만큼 떠오르면 적당하다고 합니다.  시기적으로나 지역적으로 따뜻한 환경일수록 500원 동전크기에 가깝게 혹은 약간 더  떠오를 정도로 짜게 담아야 합니다.

 

계란-띄우기
계란-띄우기

 

 

 다음엔 숯을 구워요. 숯이 구우면 불꽃에 숯이 타면서 타탁타닥 소리도 나고 한 번씩 불꽃이 팍! 하고 튀기도 하니 위험하고 무서운 부분이 있어요.  숯을 굽지 않고 그냥 넣어도 괜찮다는 의견이 많으니,  그냥 넣는게 안전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건고추와 대추도 넣어주세요. 건고추는 귀신이 무서워 한다는 붉은색으로 부정을 타지 않게 하려고 넣었고, 대추는 장맛이 대추처럼 달길 바라면서 넣었다 합니다. 숯은 살균 효과를 위해 넣었고요. 재료에도 재미난 의미가 담겨 있네요.

 

숯굽기숯넣기

 

 끝입니다!

 

 잘 건조된 메주는 소금물에 넣으면 떠오릅니다. 

 

 메주가 떠오르는 걸 방지하기 위해 대나무를 이용해서 메주를 가라앉혀 놓으면 좋아요. 하지만 대나무를 구하기 힘든 경우가 많으니, 그럴 때는 이따금씩 메주가 잠기도록 수저 같은 걸로 메주를 쓱 눌러주면 메주가 골고루 촉촉해지면서 점점 아래로 가라앉는다 합니다. 

 

 

완성완성대나무
완성

 
 

 이제는 장독을 햇볕이 드는 곳에 두고서 해가 비칠 땐 유리 뚜껑을 씌워주고, 해가 지면 소창을 고무줄로 묶어 뚜껑을 덮어 두는 일을 반복하며 장을 익히면 됩니다. 

 

 저는 작년에 이어 장독이 하나 더 생겼어요. 장독 크기도 더 커졌고요. 자꾸 이렇게 배워서 따라 만들다 보면 나만의 비법장을 만드는 날도 있겠지요?

 

장독2개지난해-장독
항아리-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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