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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사찰음식에 관하여

계절별 사찰음식 - 봄과 여름

by 오몽실 2024. 10. 18.

생강나무
생강나무 꽃 (출처- 우리문화신문)

 

 

 계절마다 맛과 영양이 뛰어난 제철 채소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제철 채소만큼 몸에 좋은 보약도 없다.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흐름에 맞춰 그대로 섭취하기 때문이다. 이때 채소의 뿌리, 줄기, 잎 등 전체적으로 고루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처님께서도 먹는 것을 기후의 변화에 따라먹어야 한다고 전해주셨다. 「불설불의경」에는 "봄의 석 달은 추위가 있으므로 보리와 콩은 먹지 말고, 멥쌀과 제호(최상급 버터)와 여러 가지 열이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며, 여름 석 달은 바람이 있으므로 토란과 콩, 보리는 먹지 말고 멥쌀과 우유를 먹어야 하며, 가을의 석 달은 열이 있으므로 멥쌀과 제호는 먹지 말고 가는 쌀과 보릿가루, 꿀, 벼, 기장을 먹어야 하며, 겨울의 석 달은 바람과 추위가 있으며 음과 양이 합치므로 멥쌀과 땅콩과 국과 제호를 먹어야 한다"라고 되어있다.

 

 우리 조상들도 그러했다. 그래서 더운 여름에는 멥쌀, 보리, 메밀을 주로 먹고 추운 겨울 동안에는 찰기가 있는 찹쌀, 차조 등을 많이 먹었다. 그리고 채소를 구하기 어려운 겨울을 대배하여 장아찌나 김치류를 다양하게 발전시켜 왔다. 

 

 

 봄은 절기로 볼 때 입춘에서 입하 전에 해당하는 기간으로 보통 3월에서 5월까지의 석 달을 말한다. 봄에는 추운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올 때 몸의 신체 리듬이 깨지면서 나른하고 식욕이 떨어지는 춘곤증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 몸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봄나물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싹을 틔우는 봄나물은 보통의 채소보다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고, 영양면에서도 매우 우수하다. 봄나물에는 쓴맛과 매운맛이 있고 따뜻한 성질이 있어 혈액 순환을 도와주기에 봄날의 나름 함을 이겨내게 해 준다. 봄나물의 종류에는 냉이, 씀바귀, 고수, 쑥, 원추리, 오가피, 가죽, 쑥부쟁이, 곤드레, 명아주, 들미순(들매나무순), 단향매(생강나무)등이 있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입춘오신반'이라고 해서 입춘 즈음에 나는 산갓, 당귀싹, 미나리, 무 등 매운맛이 나는 채소들과 냉이, 민들레 등 향이 진한 나물을 새콤한 양념에 무쳐 먹으면서 원기를 보충했다. 

 

 사찰에서는 봄에 밥을 지을 때 그때 나는 봄나물을 넣어 다양한 나물밥을 지어먹기도 하고 쌈을 싸 먹기도 하며,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고 찌개에 넣어 끓여 먹기도 한다. 냉이밥, 진달래주먹밥, 녹차밥, 쑥밥, 원추리국, 쑥국, 냉잇국 등이 그것이다. 곰취, 참취 등은 쌈으로 먹기 좋고, 고수는 가볍게 겉절이로 먹는다. 생으로 먹기에는 맛이 너무 쓰거나 식감이 거칠면 살짝 데쳐서 들기름에 무치는데 원추리, 씀바귀,쑤부쟁이, 물쑥, 엄나무순 등이 이런 조리법에 적합하다. 참죽나무, 생강나무 잎, 들깻잎 등은 잘 말려두었다가 가을철 볕 좋은 날 풀죽을 쑤어 발라 건조한 뒤 기름에 튀겨 튀각으로 만들어 먹는다.

 

 고수는 차가운 성질의 식재료로 열을 내리는 역할을 하기에 수행하는 스님들에게 요긴한 식품으로 여겨졌다. 고소하고 맛이 좋아 고소라고 불렀다고 하며, 고수를 잘 먹어야 스님 노릇을 잘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고 한다.

 

 봄은 이렇듯 새로운 나물이 많이 나는 계절이라 거두어 저장식품으로 만들어 놓기 좋은 때이다. 고사리, 취나물, 참죽나무순 등등 다양한 봄나물을 말리거나 장아찌의 형태로 보관하면 일 년 내내 그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여름

 

 입하부터 입추 전까지인 6월부터 8월까지의 기간이다. 이때는 양기의 상승이 극에 달하는 계절로 사람들은 땀을 많이 흘리고 기가 허약해지며 심장이 왕성해지므로 신장은 약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무더위로 인해 사람들은 자연히 시원하거나 차가운 음식을 자주 많이 먹게 되는 때이기도 하는데, 덥다고 차가운 음식만 먹으면 배탈이 나기 쉽고, 비위와 대장이 병나기 쉬운 계절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신의 체온과 같은 온도로 음식을 먹어야 탈이 나지 않는다.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리게 되므로 우리 몸에 열량과 수분을 잘 보충하고 단백질과 무기질을 충분히 공급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체력이 쉽게 떨어지고 식욕도 잃어버리기 쉽다.

 

 여름에 제철을 맞이하는 채소는 다른 계절에 제철을 맞는 채소에 비해 수분함량이 높다. 그래서 여름에 여름 제철 채소를 잘 섭취하면 체온도 내려주고, 식욕도 돋게 할 만큼 신선하고 생생한 맛을 전달한다. 오이, 풋고추, 애호박, 가지, 노각, 상추, 감자, 고추가 여름 채소다. 여름 채소는 그 영양분을 뿌리에 저장하는 시기라기보다는 잎에서 활발히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상추 같은 잎채소들이 영양이 풍부한 때이다. 

 

 사찰에서는 여름철에 감자밥, 강낭콩밥, 꽁보리밥, 연잎밥, 죽순밥 등을 먹었고 가지, 오이, 미역을 이용하여 시원한 냉국을 먹기도 한다. 더위와 심장의 열을 식히기 위해 상추대궁전과 제호탕을 먹기도 한다. 해인사에서는 여름에 상추 전을 세 번 안 구워주면 상좌를 내놓았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여름철에 스님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다. 또 여름 별식으로 다양한 종류의 국수와 장떡 같은 부침류도 즐겨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