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는 넓은 의미로는 미생물이나 균류를 이용하여 사람에게 유용한 물질을 얻어내는 과정을 뜻하고, 좁은 의미로는 산소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를 얻는 당의 분해과정을 지칭한다. 발효음식이란 이러한 미생물의 발효작용을 이용하여 만든 음식으로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발효의 과정을 거치면 식품은 영양가와 저장성이 모두 높아지고 맛, 향, 풍미가 모두 우수해진다.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발효음식을 즐겨 먹었는데 콩을 발효한 된장, 간장, 고추장과 각종 김치류와 장아찌, 식초 등이 있다. 육식을 금한 불가에서 콩을 이용한 기본양념으로 조리를 하면 자칫 부족할 수 있는 단백질의 섭취도 가능하기에 사찰음식에서는 특히나 장류가 더 중요하게 여겨진다.
장을 만드는 대두 콩의 원산지는 옛 고구려 땅인 북만주 일대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대두 콩을 이용하여 각종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콩 발효식품은 콩 자체보다 소화 흡수율이 뛰어나고, 장류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이 음식에 감칠맛을 더해 주는 역할도 한다. 장류 속에는 미생물이 있는 데 이 미생물들은 장류를 섭취할 때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서 장을 깨끗하게 해주기도 하고 산화를 억제한다. 장류는 효소가 살아있는 식품이라는 것이다. 또한 장은 소금을 많이 넣고 담그기 때문에 저장성도 우수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이 깊어지는 특징이 있다.
예부터 우리나라는 장을 만들 때부터 보관까지 여러 가지 정성을 들여 그 맛을 잘 지키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장을 담글 때도 좋은 날을 택해서 담갔고 장이 다 되어 장독에 보관할 때도 매일 장독을 닦으며 장맛이 변하지 않게 관리를 했었다. 이는 우리나라 음식의 맛은 결국 장맛이 좋아야 제 맛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사찰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간장
간장은 한국음식의 거의 모든 곳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조미료이자 장아찌나 자반 같은 저장용 밑반찬을 만드는 데에도 꼭 필요한 양념이다. 간장과 된장을 만들 때 사용하는 메주는 보통 음력 10월에서 12월 사이에 대두콩을 삶아 만들어 띄우고, 이듬해 입춘(양력 2월 3일 또는 4일, 간혹 5일인 경우도 있다)이 오기 전, 추위가 덜 풀린 이른 봄에 염도를 잘 맞춘 소금물에 넣어 장을 담근다. 이후 40일 정도는 매일 아침 장독 뚜껑을 열어 낮에 햇빛을 쬐어 주고 밤에는 장독 뚜껑을 닫아주며 관리하다가, 40일이 지나면 메주와 소금물을 갈라준다. 건져내어 으깬 메주는 된장이 되고, 남은 액체는 간장이 되는 것이다. 장 맛은 콩이나 소금 같은 재료 자체의 맛, 재료의 비율 그리고 숙성되는 환경에 따라 결정이 되기에 집집마다 그 맛이 달라진다. 그러나 발효를 거치는 동안 효소와 미생물의 작용으로 아미노산의 구수한 맛, 당분의 단맛, 소금의 짠맛 그리고 여러 유기 성분의 향미가 어우러지면서 간장 특유의 향과 맛을 낸다는 점은 동일하다.
장을 담근 첫해에 뜬 간장은 '햇장'이라 하는데, 그 색이 옅어서 '청장'이라 하기도 한다. 간장은 해가 갈수록 묵혀져서 색과 맛이 점차 더 진해지는데 이런 간장을 '진장'이라 한다. 청장은 주로 국에 사용하고, 3~4년이 된 중간장은 찌개나 나물에 사용한다. 5년이 지난 진장은 약식, 조림, 장과 등 진한 맛과 색이 요구되는 음식에 사용된다.
된장
된장은 '덩어리 지고 되직하다'해서 된장이라 하고, 그 빛깔이 흙빛이라 '토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재래식 된장을 앞서 언급했듯이 메주로 장을 담그고 건져낸 건더기로 만든다. 간장을 떠낸 뒤 남은 메주를 잘 으깨고 비벼서 항아리에 담고 소금을 더 넣고 일정기간 매일 햇볕을 쬐어 익힌 뒤 보관한다. 된장은 콩 단백줄이 분해되어 만들어지는 아미노산과 전분이 분해되어 만들어지는 당 그리고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유기산이 혼합되어 만들어진다.
된장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남부 지방에서 봄철에 주로 만들어 먹는 단맛이 강한 막장, 굵은 고춧가루를 섞어 일주일 삭혀 먹는 담북장 그리고 콩비지로 만든 비지장 등이 있다. 그중에서 두부장은 사찰의 독특한 장류라고 할 수 있는데 두부의 물기를 잘 제거한 뒤 곱게 으깨어 소금을 첨가하여 숙성시킨 뒤, 면포에 싼 두부를 된장이나 간장 사이에 넣어 발효시키면 한 달 후쯤 노란빛이 날 때 꺼내 깨, 참기를 등으로 양념하여 먹는데 해남 대흥사가 이 두부장으로 유명하다.
고추장
고추장은 우리나라에 고추가 도입되었던 임진왜란이 지나, 16세기 이후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고추장은 간장을 담그고 난 뒤 날씨가 더워지기 전인 3월이나 4월에 담근다. 고추장에 넣는 재료에 따라 찹쌀고추장, 고구마고추장, 밀고추장, 보리고추장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찹쌀고추장은 초고추장을 만들 때 쓰고, 밀고추장은 찌개나 토장국 끓일 때 혹은 채소 장아찌 만들 때 쓰고, 보리고추장은 여름철 쌈장으로 먹는다. 고추장은 탄수화물이 가수분해되어 생긴 단맛과 콩 단백질에서 나오는 감칠맛, 고추의 매운맛과 소금의 짠맛이 잘 어우러진 조미료이자 기호식품이다. 고추장은 재료나, 간의 세기, 보관장소에 따라 숙성 시간이 달라지긴 하지만 대체로 햇볕을 쬐면서 한 달쯤 지나면 익어서 먹을 수 있고, 간장 된장과는 달리 해를 묵히며 먹지 않는다. 묵은 고추장은 장아찌를 만들 때 사용하면 좋다.
고추장은 식욕을 촉진시키고 소화를 돕는 음식이기도 하다. 절에서는 김장 김치 국물을 버리지 않고 두었다가 고추장을 담글 때 김장 김칫국물과 거친 메줏가루를 넣고 막장을 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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