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는 소금에 절인 채소를 고춧가루와 갖은양념에 버무려 발효시킨 것으로 우리네 음식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대표적인 반찬이다. 김치는 젖산균이 발효되어 만드는 신맛과 각종의 양념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낸다.
김치의 형성과정은 1년 중 추운 겨울이 3개월 정도 지속되는 우리나라 기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겨울이 되면 추위로 인해 신선한 채소의 재배가 불가능했기에 봄이 오기 전 이 시기동안 채소를 섭취하기 위한 방법으로 채소를 소금에 절여 장기간 저장하며 먹기 위해 개발된 것이 그 시작이라 볼 수 있다.
「위지 동이전」의 고구려전에 나오는 '자희선장양'이라는 문구를 볼 때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의 김치는 지금의 장아찌와 비슷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장양'이란 술 빚기, 장 담그기, 젓갈과 같은 발효기술의 총칭을 뜻하며, 이미 이 시대에 무나 가지 그리고 죽순을 먹었다는 기록을 볼 때 이들 채소를 술지게미나 장에 절인 발효식품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다가 조선 초기에 들어 '딤채'라는 용어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채소를 단순히 소금에 절이는 대신 소금물을 부어 국물이 많은 김치를 개발한 것으로 추측된다. 채소를 국물에 잠기도록 담갔다고 '침채'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발음의 변화를 거쳐 오늘날의 김치가 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조선시대 후기에 접어들면서 김치의 형태가 크게 변화하게 된다. 오늘날과 같이 매운맛도 있고, 종류도 다양한 김치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임진왜란 전후에 고추가 전래되었기 때문이다. 고추는 맛과 향을 갖고 있어 입맛을 돋우기도 하고 방부 효과도 있다. 김치의 종류는 너무 많지만 일반적으로 평균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북쪽 지방에는 염도가 낮고 양념을 적게 사용하는 김치를 담그고,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는 상대적으로 염도가 높고 양념도 강하게 사용하여 담그는 경향이 있다.
사찰에서도 김치를 담가 먹는다. 하지만 불살계의 원칙에 따라 민가에서 김치를 담을 때 사용하는 젓갈류를 넣지 않고, 채소 중에서도 파, 마늘, 부추 같은 오신채도 넣지 않고 담백하게 만든다. 젓갈을 대신해서 엉기는 역할과 영양 보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잣즙, 들깨즙, 땅콩즙, 호박죽, 보리밥, 표고버섯과 다시마 삶은 물 등을 사용한다. 가을과 이른 겨울에는 찹쌀풀을 사용하고, 겨울 김장김치는 늙은 호박을 푹 고아서 쓴다. 그리고 정월이 지나면 들깨물에 갓과 생강, 고춧가루만 넣어 버무려 묻어 두었다가 꺼내 먹는다. 호박즙을 넣으면 장기간 보존하기 어렵기에 오래 두고 먹을 김치를 만들 때는 호박즙을 넣지 않고 만든다. 제피잎이나 열매껍질을 빻은 가루 등의 약초를 넘어 담그는 것도 사찰김치의 특징 중 하나다. 제피 잎은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오기 전 매운맛을 내는 재료로 사용되던 것이다. 또 총각김치에는 좁쌀을 넣기도 하였다.
사찰의 김치는 각 사찰마다 혹은 지역마다 특징이 있었는데, 옛날부터 금강산 유점사와 해남 대둔사의 동치미가 유명했고, 중부 지역인 경기도와 충청도의 사찰에서는 잣을 이용한 백김치, 보쌈김치, 고수김치를, 전라도 지역의 사찰 김치는 들깨죽을 많이 이용한 고들빼기김치와 갓김치, 죽순김치가 있다. 경상도지역의 사찰김치로는 늙은 호박죽과 보리밥을 사용하여 만든 콩잎김치, 우엉김치, 깻잎김치가 있고 이외에도 금산사 고들빼기김치, 봉은사 깍두기도 명성이 있다. 김치 양념으로는 소금, 재래식 간장, 생각, 통깨 등이 쓰이고 산초를 넣기도 한다. 사찰에서 계절별로 어떤 종류의 김치를 담가 먹었는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겨울김치
겨울김치는 김장김치로 배추김치, 총각김치, 장김치, 백김치, 깍두기 등이 있다. 사찰에서는 늦가을과 이른 겨울에는 찹쌀풀로 김치를 담고, 겨울에는 늙은 호박죽을 고아서 쓴다. 정월(음력 1월)에는 들깨를 깨끗이 씻어서 맷돌이나 믹서기에 곱게 갈아 체에 거른 들깻물에 갓, 생강, 고춧가루만 넣어 버무려 두었다가 먹기도 한다. 또 겨울 김장김치를 담글 때 갓, 무, 배추 등을 소금에 절였다가 건져서 항아리에 담아 켜켜로 소금을 많이 뿌려 염장해 두고, 여름에 찬물에 헹궈서 물김치로 먹기도 한다.
그 외 각 계절 김치 (봄, 여름, 가을)
겨울철의 김장김치는 장기간 보존해서 먹는 김치지만, 이외의 다른 계절에는 그 시기에 제철을 맞이한 채소를 이용하여 김치를 만들어 먹는다. 특히 봄에는 봄에 나는 미나리, 엄나순, 민들레잎, 질경이, 삼동추(유치나물) 등으로 김치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나박김치를 만들어 먹기도 하였다. 봄김치나 빨리 익혀 먹으려는 김치의 경우에는 미지근한 풀물로 간을 맞추어 부으면 되지만 이런 방법으로 만들면 깊은 맛이나 시원한 맛은 덜하다.
여름김치에는 여름에 많이 나는 오이, 가지, 상추를 이용한 김치가 있다. 오이를 이용한 소박이나 물김치, 상추대공김치, 가지김치, 깻잎김치, 열무김치 등이 있다.
가을에는 콩잎김치, 고들빼기김치, 무짠지(소금과 고추씨를 섞어 절인 것)와 대나무 동치미 등을 만들어 먹는다.
장아찌
장아찌는 제철에 많이 나는 채소나 쓰다 남은 식재료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게 장류에 넣어 장기간 저장하는 밑반찬의 하나이다. 겨우내 먹거리 특히 채소류가 귀하던 시절의 밑반찬으로, 발우공양 시 아침 죽 반찬으로 유용하게 쓰이는 전통 발효식품이다. 장아찌는 부각, 김치와 더불어 절에서 상비해 두고 먹는 주요 저장식품이다. 각종 채소류, 해조류, 견과류, 과실류 등 거의 모든 식재료가 장아찌로 이용 가능하다. 단 장 속에 채소를 넣으면 장 맛이 변해서 장의 역할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아찌용 된장, 고추장, 간장은 분리해서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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