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서는 소화가 되지 않을 때 무밥을 지어먹고, 봄에 나른할 때는 냉이나 쑥을 먹었다. 그리고 여름에 더위로 기력이 떨어질 때는 연근죽을 쑤어 먹고 제피잎이나 산초잎을 이용해 장아찌를 만들어 먹으면서 구충과 해독을 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사찰에서는 산이나 들에서 자생하는 산채류(식용 가능한 나물)들을 적절히 잘 선택하여 섭취해 왔다. 사찰의 대표적인 산채류 들을 산 펴보면 다음과 같다.
머위
논둑이나 밭둑 혹은 습지 등 수분이 낳은 곳에서 자라는 데 , 잎과 줄기, 꽃봉오리를 먹는다. 예로부터 현기증이나 천식, 축농증, 다래끼등에 치료제로 널리 쓰인 약재다. 줄기는 국에 넣어 먹거나 살짝 데친 뒤 무침으로 먹고, 어린 꽃은 튀김으로, 잎은 삶아서 쌈으로 이용한다. 혹은 찬물에 담가서 쓴맛을 약간 제거하고 전으로 해 먹어도 맛있다. 지지면 쓴맛이 조금 약해진다.
고수
고소하게 맛이 좋다고 해서 '고소'라고도 한다. 동남아 음식을 먹을 때 먹는 향신료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스님들은 예부터 많이 드셨다. 고수의 냄새는 워낙 독특해서 싫어하는 사람이 많지만 잘 조리하거나 다른 향료와 조화롭게 섞으면 그 향미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위를 튼튼하게 해 주고 기가 위로 치밀어 오르는 것을 내려주는 작용을 하기에 수행하는 수행자들에게 유용한 채소이다. 주로 겉절이나 생채 쌈, 김치로 많이 먹는다.
냉이
냉이는 이른 봄에 우리나라 전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춘곤증을 덜어주고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는 나물로 지혈작이 있고 이뇨작용도 한다. 나물, 무침, 국, 죽. 된장찌개에 사용한다.
쑥
쑥은 어린잎일수록 맛도 향도 더 좋다. 쑥은 각종 부인병에 효과가 좋고, 쑥의 향기는 장기를 정상화하고, 쑥뜸의 재료로도 사용된다. 쑥즙은 해열, 진통, 해독, 구충 등의 작용을 한다. 억세지 않은 어린 쑥은 국을 끓이거나, 튀김, 차에 이용하고 각종 떡의 재료로도 많이 쓴다.
씀바귀
줄기나 잎을 잘랐을 때 쓴맛이 매우 강한 하얀색 액이 나오는데 그 맛이 매우 써서 쓴 나물, 고채라고도 한다. 식욕을 증진시키는 산채로 봄에 씀바귀를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열병이나 황달, 간염에 효과가 있다. 나물이나 볶음, 부침으로 이용한다.
곰취
주로 산 깊은 곳의 반그늘이나 축축한 땅에 드물게 난다. 잎 가장자리에는 규칙적인 둥근 톱니가 있는데, 독특한 향미가 있다. 곰취는 폐를 튼튼히 하는 효능이 있어서 가래를 삭이고, 기침, 천식 및 감기의 치료제로 이용되기도 하였고, 최근에는 항염, 지혈, 항암 작용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곰취는 어린잎을 생채로 쌈으로 먹기도 하고 삶아서 쌈을 먹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김치, 무침, 국거리 등으로 다양하게 조리하기도 하고, 말렸다가 묵나물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원추리
원추리는 넘나물이라고도 하는데 약간의 독성이 있어서 30분 이상 물에 담근 뒤 헹궈서 조리 섭취 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이뇨, 해열, 진통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추리는 '근심을 잊게 하는 풀'이라는 뜻으로 '망우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추리순을 지푸라기로 엮어서 처마 밑에 매달아 두었다가 정월대보름에 국을 끓여 먹기도 했는데 보름날 원추리를 먹으면 걱정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죽
가죽은 산중 스님들이 처음 먹기 시작했는데 잎과 줄기에 붉은빛이 돌면 맛이 좋은 것으로 여겨 참선하는 스님네들이 먹는 나물이라고 하여 '참중' 혹은 '참죽'이라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잎과 줄기에 푸른빛이 도는 가죽나물은 맛이 덜해서 가짜 스님 나물이라는 뜻으로 '가중'이라 불렸는데 어원이 바뀌어 가죽이 되었다. 가죽은 이른 봄에 따서 생으로 먹거나, 나물이나, 부각에 이용한다.
사찰에서는 앞서 언급한 이런 나물 이외에도 고사리, 참나물, 두릅, 제피, 산초 등 많이 산채들을 산중에서 채취하거나 자급자족하여 고루 섭취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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