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찰음식/사찰음식에 관하여

사찰음식 조리자의 정신 - 삼덕

by 오몽실 2024. 10. 16.

 

 부처님은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고 설하셨는데, 이는 음식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먹는이가 어떤 마음으로 먹느냐에 따라 똑같은 음식이 보잘것 없는 음식이 되기도 하고 산해진미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이치로 만드는 사람의 마음도 중요하다. 음식을 만들 때 조리자가 마음을 수련하고 청정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사찰에서는 음식을 만드는 일도 수행의 과정으로 여기고 조리자가 삼덕을 갖추어야 한다고 한다.

 

  중국 송나라 때 만들어진 「선원청규」에서는 조리자의 정신인 '삼덕육미'에 대해 조리자는 '요리를 할 때 여섯 가지 맛이 정미롭도록 정성을 쏟고, 세 가지 덕을 갖추어 조리를 해야 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육미란 고(쓴맛), 산(신맛), 감(단맛), 신(매운맛), 함(짠맛), 담(담백한 맛)을 뜻하고, 삼덕이란 청정, 유연, 여법의 세 가지를 의미한다. 

 

청정

 불가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는 단순히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함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만드는 수행의 한 방법이다. 이것을 '삼륜이 청정하다'라고 표현하는데, 음식재료를 시주하는 사람,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 완성된 음식을 먹는 사람이 모두 청정해야 함을 뜻한다.

 

 우선 청정한 재료라는 것은 동물성 식품과 오신채를 배제한 식물성 식품, 그리고 식품첨가물이나 화학조미료가 들어있지 않은 재료의 사용을 말한다. 오신채에 관한 이야기는 불교의 여러 경전에 등장하는데, 「능가경」, 「열반경」, 「잡아함경」, 「범망경」 그리고 「오신보응경」 등이다. 특히 잡아함경과 범망경에서는 무엇이 오신채에 해당하는 식재료인지를 열거하고 있다. 또 다른 경전에서도 그 밖의 약으로 치료할 수 없는 경에 걸린 비구에게만 마늘을 7일 동안 먹는 것을 허락하였다. 하지만 구석진 곳에 있는 작은 방에서만 먹어야 하고 먹은 뒤에는 대중이 쓰는 평상이나 이불에 누워서는 안 되고 대중이 대소변을 보는 곳이나 강당이 있는 곳에는 가면 안 된다고 하였다. 

 

 재료의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청정의 덕목은 식기나 조리도구의 청결, 위생도 중요하게 다루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릇은 사용 후 깨끗이 씻어 잘 말려야 하고, 칼과 도마는 소독해서 사용해야 한다. 조리도구가 건강에 안전한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어야 하고, 부엌의 환기와 배수도 원활해야 청결, 청정이 유지된다.

 

유연

 유연은 재료를 잘 살피는 덕성을 말한다. 즉 재료를 가지고 조리를 할 때 조리에 사용할 재료와 완성된 음식을 먹을 사람의 상태, 그 두 가지를 잘 고려해야 한다.

 

 우선 재료를 다룰 때에는 섬유질이 많이 든 단단한 재료를 어떻게 부드럽게 조리할 것인지, 그  맛이 짜거나 맵지 않고 어떻게 자극적이지 않게 만들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재료를 다루어야 하는 것이다. 자극적인 음식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수행 정진해야 하는 스님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에 부드럽고 담백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 음식을 먹는 사람을 고려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설법하실 때 듣는 이의 근기에 맞춰 설법을 하셨듯이, 음식을 만들 때도 음식을 먹을 사람의 나이, 건강상태, 체질 등을 고려해야 한다. 여러 경전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체질과 계절에 따라먹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찰에서는 스님들의 소임에 따라먹는 음식의 횟수와 종류가 다른데,  실제로 사찰에서는 스님들의 소임에 따라 음식의 종류와 하루에 식사를 하는 횟수가 다르다. 선방에서 참선 수행을 하는 스님들은 하루 두 끼만 먹는데 아침은 죽, 점심은 밥 그리고 오후불식을 지킨다. 반면 강원에서 공부를 하는 학인 스님들이 경우에는 하루 세 끼를 먹는데 아침은 죽, 점심은 밥, 저녁은 가벼운 밥을 먹는다. 무문관에서 수행하는 스님의 경우에는 하루에 한 끼만 먹는다.  

 

여법 

 여법하다는 것은 계율과 자연의 질서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즉, 불법에 의거하여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재료 구입에서부터 다듬고 씻고 조리하는 과정을 포함하여 공양을 하기까지의 전 과정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법식에 맞아야 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동물성 식품과 오신채를 배제하여 만든 음식이면 여법하다고 할 수 있다. 사찰음식은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니듯 사람과 자연이 둘이 아니라는 깨달음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자연이 준 채소에 대하여 깊이 감사하며 재료를 다룰 때에는 채소가 가진 불성을 살려 음식을 만든다는 자세로 존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다루어야 한다.

 

 만든 음식을 식기에 담을 때는 음식에 적합한 그릇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음식을 먹을 때의 마음가짐도 음식을 만들 때의 마음가짐만큼 중요하다. 먹을 때는 식사 예법에 맞게 남기지 않고 다 먹는가. 또한 음식 맛을 탓하지 말고 이 음식이 나오기까지의 수많은 수고로움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자신의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사찰음식 > 사찰음식에 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찰의 식재료  (0) 2024.10.17
여섯 가지의 맛, 육미  (0) 2024.10.16
스님들의 소임  (3) 2024.10.15
발우공양  (1) 2024.10.15
한국의 사찰음식  (1) 2024.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