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삼덕(청정, 유연, 여법)을 갖추고, 육미도 갖추었을 때 비로소 건강한 음식이 된다. 육미라는 것은 여섯 가지의 맛을 일컫는 단어로 '고(쓴맛), 산(신맛), 감(단맛), 신(매운맛), 함(짠맛)'의 다섯 가지 맛에 '담(담백한 맛)'을 하나 더 더한 것이다. 한의학 이론서인 「황제내경」에는 ' 간장병에는 매운맛을, 심장병에는 짠맛을, 비장병에는 신맛, 신장병에는 단맛을 그리고 폐병에는 쓴맛을 금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여섯 가지의 맛을 체질에 맞게 섭취해야 하며, 각 맛은 각 장기의 기능과 관련된 맛이 있기 때문에 특히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잘 고려해서 조리하고 섭취해야 함을 알려주고 있다.
쓴맛
쓴맛은 그 강도가 진하면 불쾌감을 일으킬 수도 있는 맛이지만, 적은 양을 잘 사용하면 미뢰를 자극해 맛있는 맛을 내게 한다. 다른 맛들에 비해 감도도 높고 그 맛을 오래 지속하는 특징이 있다. 쓴맛은 적은 양으로도 그 맛을 빨리 느낄 수 있고, 다른 맛과 적절히 잘 섞이면 감칠맛을 내기도 한다. 식욕이 없을 때 쌉싸래한 나물을 먹으면 입맛이 돌아오는 이유다. 쓴맛은 기를 충만하게 해서 몸이 건강하게 원상 복귀하는데 도움을 준다. 옛말에 '입에 쓴 것이 몸에 좋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쓴맛은 실제로 열을 내리게 하고 해독 작용을 하며 심장의 기능을 높이는 등 약효가 뛰어나다. 쓴맛의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씀바귀, 도라지, 머위, 고들빼기, 인삼, 구기자잎, 살구, 은행, 여주 그리고 밀감류의 흰 속 껍질 부분등이 있다.
신맛
신맛은 보통 향기를 동반한다. 그래서 미각도 자극하고 식욕을 증진시키기도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신맛은 나른하고 피곤한 봄날에 활력을 주는 음식으로 적합하다. 신맛은 음식의 맛을 끌어올려주고, 단백질을 단단하게 만들며,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해 식품의 보존성을 높여준다. 또 눈에도 좋고, 소화에도 좋은 맛이다. 일반적으로 신맛은 유기산 성분으로 이는 간의 기능을 강화시켜 주고, 칼슘과 철의 흡수를 돕는다. 또 진액을 생성하고, 메마른 것을 축축하게 하는 작용도 있고, 두드러기나 기침 특히 마른기침을 방지하는 작용을 한다. 신맛은 쓴맛을 만나면 맛이 더 강해지고, 단맛이나 짠맛을 만나면 맛이 약해진다. 신맛을 내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능 매실, 오미자, 사과, 귤 등이 있다.
단맛
단맛은 대체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인데, 익숙해지면 느낄 수 없는 순응작용이 큰 편이다. 또 미각을 부드럽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신맛이나 쓴맛에 단맛을 더하면 그 맛이 약해진다. 단맛은 이외에도 근육의 이완작용도 하고 허기와 피로를 풀어주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식품이 가진 고유한 맛을 가리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 이외에는 단맛을 되도록 많이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꿀, 조청, 단호박, 고구마, 양배추 등에 많이 들어있다.
매운맛
매운맛은 통증 감각이다. 그러나 향기를 동반하기 때문에 향신료로도 사용되고, 미각을 자극해 식욕을 증진시키는 역할도 한다. 매운맛은 기운을 흩어지게 하고 열을 내는 특성이 있고, 타액 분비도 촉진시켜 땀을 내거나 혈액순환을 돕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식품 중에는 고추, 생강, 후추, 열무, 갓 등에 들어있다.
짠맛
짠맛은 우리 몸의 체액을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맛이다. 짠맛은 다른 맛과 조화되어 더 좋은 맛의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짠맛에 단맛이나 신맛이 더해지면 짠맛이 약해진다. 짠맛은 신장을 보하고, 소금, 간장, 된장, 해조류 등에 들어있다. 하지만 짠맛은 중독성이 있고, 어릴 때 짜게 먹게 되면 그 맛에 익숙해져서 성인이 된 뒤에도 짜게 먹는 습관을 고치지 못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담백한 맛
담미는 담담하여 미각상으로 특별한 맛이 없는 맛으로 재료 자체의 맛을 풍미할 수 있는 맛이다. 싱거운 맛은 대체로 체내의 불필요한 수분을 순환시켜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이 있어 부종을 치료한다. 담 미는 보통 단맛에 가까워 따로 구별하지 않고 오미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오미와 인체 내의 기능
산(신맛), 고(쓴맛), 감(단맛), 신(매운맛), 함(짠맛)의 다섯 가지 맛이 우리 인체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신맛은 수축과 수렴작용을 하는데 간의 기능을 높이고 담낭과 눈에 좋지만, 위를 나쁘게 하는 성질이 있다. 쓴맛은 심장의 기능을 높여주는데 소염작용을 하고 모든 것을 단단하게 하는 작용도 한다. 쓴맛은 심장과 소장에 좋다. 단맛은 콩의 기능을 높여준다.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힘이 있고 안정 작용과 자양강장 작용을 하기 때문에 지라나 위에 좋다. 매운맛은 경험으로 잘 알다시피 땀이 나는 발한 작용을 한다. 또한 폐의 기능을 높여주고 코와 대장에 좋지만, 간과 담낭을 상하게 하는 성질이 있다. 마지막으로 짠맛은 진정작용을 한다. 그리고 신장의 기능을 높여주고 귀와 뼈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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