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을은 입추부터 입동까지를 말하며, 달력상으로 9월부터 11월까지에 해당된다. 가을은 만물이 영글고 결실을 맺는 풍성한 계절이다. 이 계절에 우리 몸은 폐와 대장의 기운이 왕성해지고, 반대로 간과 담의 기운은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 환절기라 기침이나 가래가 생기기 쉬운 계절이기도 한데, 그럴 때에는 더덕과 땅콩이 폐의 기운을 돕고 음기를 보충해 줘서 도움이 되기도 한다.
가을의 별미 사찰음식으로는 떡갈나무잎밥, 버섯밥, 감잎밥, 무콩나물밥, 토란국, 우엉탕, 능이버섯콩나물국이 있다. 특히 아욱국은 '가을 아욱은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시기의 아욱이 부드럽고 맛이 좋다. 사찰에서는 식량이 귀할 때 아욱수제비를 만들어 별미로 먹곤 하였다. 또한 무전, 배추 전, 우엉 전, 박전, 도토리 전 등 여러 가지 전을 먹기도 하였고, 제철을 맞이한 다양한 종류의 버섯을 섭취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깊은 산속에서 채취할 수 있는 송이버섯은 처음에 사찰에서 먹다가 민가로 전파된 식재료로 불가와 인연이 깊은 식품이다. 이에 관한 문헌도 존재하는데, 조선후기 서유구가 작성한 「임원십육지」에 따르면 '해마다 8월이 되면 스님들이 밀가루, 유장을 갖고 묘향산, 자골산 깊은 산 골짜기에 가서 어린 송이를 따다가 줄기를 십자로 쪼개어 밀가루, 유장을 장입 하여 엮은 띠로써 싸고 진흙을 발라서 쌓아 올린 장작에 불을 지르고 그 속에서 익기를 기다려 이것을 나누면 향기가 차고 맛은 천하일품이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또 능이버섯은 끓는 소금물에 데쳐서 먹거나 그대로 말려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꺼내 썼는데, 감기 예방국이라 하여 건능이버섯에 콩나물고 건고추를 넣어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버섯에 관한 한 1. 송이, 2. 능이, 3. 표고라는 말도 있다. 또한 김, 깻잎, 가죽잎, 산동백잎, 국화잎, 깨송아리등을 잘 말려서 찹쌀풀이나 찹쌀밥을 발라 기름에 튀겨 부각을 만들어 먹는데 이렇게 튀겨먹는 음식을 통해 채식하는 스님들이 부족하기 쉬운 열량을 보충하였다.
겨울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에 해당하는 겨울은 절기상으로 입동부터 입춘 전까지를 말한다. 겨울에는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제철 채소가 매우 적어서 봄부터 가을까지 미리 갈무리를 해 둔 저장 채소를 많이 이용한다. 봄, 여름, 가을에 나는 신선한 제철 식물을 건나물이나 장아찌, 부각으로 만들어 놓은 것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혹한에도 자라는 채소들이 있는데 이들 겨울 채소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스스로 당분을 축적하고 영양분을 만들기 때문에 단맛이 강하고 영양소도 매우 풍부하다. 우엉, 연근, 마, 시금치, 팥, 콩 등이 대표적인 겨울 채소다. 흰 콩은 여름에 검은콩은 겨울의 대표적인 식재료인데 겨울에 콩을 이용한 두부, 비지, 청국장 등을 많이 섭취하면 자칫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과 이외 다른 영양분을 보충할 수 있다.
겨울철 추위를 이겨내려면 열량이 높고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견과류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호두, 땅콩, 잣 등을 이용해서 단백질과 지방을 얻을 수 있는데 죽을 끓이거나 조림, 떡에 이용한다. 또 연근, 우엉 등의 뿌리채소를 충분히 섭취함으로써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하고, 겨울이 제철인 각종 해조류들을 섭취함으로써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얻을 수 있다.
겨울철 별미 사찰 음식으로는 견과류밥, 시래기밥, 묵은지쌈밥, 비지밥 등이 있다. 사찰에서는 설날에 떡국을 끓여 먹을 때 봄에 채취해 말려둔 참죽 줄기를 넣어 국물을 끓이기도 한다. 사찰음식의 중요한 식재료 중 하나인 마는 된장에 찍어 생으로 먹거나 갈아서 즙을 먹기도 하고, 찌거나 찐 것을 말려 가루로 섭취하고 한다. 마로 밥을 짓기도 하고, 죽을 쑤기도 하고, 반찬으로 구이나 샐러드를 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한다. 마에는 산에서 나는 귀한 약재라고 해서 산약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실제로 녹말과 당 성분이 많고 소화를 돕는 물질도 있어 위궤양 치료와 소화력 증진에 도움이 되며, 칼륨이 풍부해서 혈압도 낮춰준다.
두부를 노릇하게 구워서 집간장에 띄웠다 먹는 두부장아찌도 겨울철 사찰 별미 음식인데, 선방의 아침 공양인 죽과 함께 먹는다. 대흥사에서는 두부장을 두부를 으깨어 망에 넣은 후 된장에 박아 두고 먹는다. 고된 수행 중에 결핵에 걸린 스님들이 많았는데 이때에는 은행이 치료약으로 쓰였다. 또 팥은 겨울에 시루떡이나 죽으로 만들어 먹었는데, 특히 사찰에서는 스님들이 「법화경」 공부를 마치고 나면 책거리로 팔죽을 먹었다 하여 '지혜죽'이라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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