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찰음식의 주식에는 밥, 죽 그리고 국수 같은 면류가 있고 부식에는 국물음식과 나물, 김치, 장아찌 등이 있다. 그리고 부각은 사찰의 별미라 할 수 있고 그 이외에 차와 다식이 있다.
밥
「사분율」과 「마하승기율」에는 밥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전자는 승려의 음식을 상식, 죽식, 병인식으로 분류하였고, 후자는 상식을 다시 시약, 시분약, 칠일약, 진형수약의 네 가지로 나눴다. 상식에서의 시약이란 씹을 수 있는 딱딱한 음식을 뜻하는데 오전 중에 먹는 음식이며, 스님들의 정찬을 말한다. 부처님께서 생존해 계실 때 매일 한 끼의 공양만 먹는 '일종식'을 하셨는데 그때가 시간상으로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여서 오늘날 사시예불을 드릴 때 전각의 부처님께 식사 공양을 올리고 있다.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을 '마지'라고 하며, 사시에 올리는 마지를 '사시마지'라고 한다. 부처님께 사시공양을 올리고 난 뒤에는 마지밥을 내려 대중이 점심공양을 하는데 사시에 먹는 공양은 '법공양'이라 한다. 이때는 의제(옷)를 갖춰 '수하고' 밥을 먹는다.
사찰에서 먹는 일상식으로서의 밥은 민가에서 먹는 밥과 거의 같아서 쌀밥, 현미밥, 찰밥과 잡곡밥 그리고 채소를 섞은 밥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나물밥을 조금 더 살펴보면 봄에는 봄나물을 이용한 곤드레밥, 냉이밥, 쑥밥이 있고, 여름에는 감자밥, 꽁보리밥, 연잎밥 등을 먹는다. 가을에 먹는 밥에는 모둠버섯밥, 무콩나물밥, 표고버섯쌈밥등이 있고 겨울에는 견과류 밥, 팥밥, 비지밥, 시래기밥, 묵은지쌈밥 등이 있다. 모두가 각 계절에 제철을 맞이하는 식재료를 넣어 밥을 짓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
부처님께서는 죽을 먹는 열 가지의 공덕을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 열 가지란, 안색을 좋게 하며, 기운을 나게 하고, 수명을 늘리고, 안락하고, 말소리가 맑게 나오며, 언변이 좋아지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음식물의 소화를 좋게 하고, 감기에 잘 걸리지 않게 해 주며 공복과 갈증을 풀어주고 , 대소변을 잘 조절하게 하는 이점이 그것이다. 사찰에서는 실제로 아침식사로 죽을 먹는 경우가 많다. 쌀을 주 재료로 끓인 흰 죽, 현미죽, 찹쌀죽부터 각종 야채류나 한방재료, 콩류를 넣어 만든 죽까지 다양하다. 부처님이 드셨던 우유를 넣은 유미죽도 있고, 갱죽, 잣죽, 연근죽 등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면류
국수는 스님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음식이라 하여 '승소'라고 부른다. 채식을 하는 스님들에게 콩단백질과 더불어 밀에 있는 글루텐은 단백질을 보충하는 대표적인 방법이었다. 면의 재료로는 주로 밀가루를 사용하고, 그 이외에 콩가루나 메밀가루, 수수 가루 등을 섞어서 만들기도 하는데, 면에 예쁜 색상을 내고 싶으면 치자나 시금치, 당근이나 비트 등의 가루나 즙을 섞어 만든다. 국물은 채수라고 하여 표고버섯과 다시마 그리고 무를 넣어 끓인 국물을 기본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봄에 참가죽나물의 질긴 줄기를 말려 두었다가 채수를 만들 때 같이 넣어 끓여 특별한 국물을 내기도 한다. 또한 삶은 국수를 참깨즙, 들깨즙, 잣즙에 말아먹기도 하고, 들기름에 볶은 표고버섯을 배즙과 섞어 양념한 것을 냉면에 넣어 별미로 즐기기도 한다. 겨울철 별미로는 만둣국이 있는데, 김치와 두부, 잣 등을 넣어 만두 속을 만들어 쪄내고, 표고버섯과 다시마, 무, 가죽대를 끓여서 국물을 만들어 사용한다.
국
한식의 특징이면서 한국 사찰음식의 특징이기도 한 점은 밥과 함께 국이나 찌개를 같이 먹는 것이다. 「불설불의」경에는 부처님께서 먹는 것을 기후에 변화에 따라 어떻게 달리 먹어야 하는지 상세히 전하는 말씀이 나온다. '봄의 석 달은 추위가 있으므로 보리와 콩은 먹지 말고, 멥쌀과 제호(최상의 버터)와 여러 가지 열이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며...'와 같은 말씀인데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각각 어떤 음식을 삼가고 어떤 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은지 그 이유와 함께 말씀해 주신다. 계절에 맞게 음식을 먹는 것은 우리 조상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조상들은 더운 여름에는 찰기가 없는 멥쌀이나 보리, 메밀을 주로 먹고 반대로 추운 겨울에는 찰기가 있는 찹쌀이나 겉보리, 차조 등을 많이 먹었다. 먹거리가 거의 없는 겨울에도 채소를 섭취하기 위하여 장아찌나, 김치등의 방법으로 저장을 했는데, 이 같은 식습관은 자칫 나트륨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게 될 수도 있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찰기가 있는 곡류를 먹고 나트륨의 영향을 줄이면서 국의 재료가 가진 영양분의 소화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국과 찌개류가 발달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국물을 과다하게 먹으면 소화기능에 장애를 주기 때문에 적정한 양을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겠다.
절에서 일상적으로 먹는 국의 종류는 김칫국, 콩나물국, 미역국,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등 민가에서도 자주 먹는 것들과 동일하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특별히 먹는 국에는 봄의 냉잇국, 쑥국 원추리국과 여름의 감잣국과 제철인 오미, 가지를 이용한 냉국이 있겠다. 가을에는 각종 버섯밥과 무, 토란 등이 가장 맛있을 때인 만큼 토란국, 뭇국, 능이버섯콩나물국 그리고 아욱국을 먹고 겨울에는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생배추콩가루국과 시래깃국, 늙은 호박국 등을 먹는다. 특이한 점은 사찰에서는 각종 재를 많이 지내고 , 그 재를 지내고 나면 나물들이 많이 생기게 되는데 이 나물들을 활용한 국이나 찌개 혹은 전 요리가 있다는 점이다. 나물찌개는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첨가해 얼큰하게 끓여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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