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4대 명절(?)이라고 해야 할까요? 불교에서 큰 행사에 해당하는 날이 4개가 있습니다. 우선 누구나가 알고 있는 음력 4월 8일(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 있지요.
제가 어릴 적엔 임시공휴일이 잘 없었기에 ' 올해는 부처님이나 예수님께서 제발 주말에 오시지 않길' 바라며 긴장된 마음으로 새해 달력을 펼쳐 보기도 했었죠.
어쨌든 나머지 3개의 날은 무엇일까요?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날을 기리는 '출가재일', 깨달음을 얻으신 날을 기념하는 '성도재일' 그리고 45년간의 설법 이후 80세에 죽음을 맞이하신 날을 기리는 '열반재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인도 카필라 국의 왕자였다가 출가승이 되기까지 정확한 출가 당시의 나이와 설법 기간에 관해서는 견해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긴 하나, 보통은 29세에 출가하여 35세에 깨달음을 얻으시고, 그 후 40여 년이 넘게 사람들에게 진리를 설하셨다고 봅니다.
아이가 없어 고심하던 카필라국의 정반왕과 마야부인 사이에서 느지막이 태어난 싯다르타 왕자는 당시의 풍습에 따라 어머니가 친정으로 해산하러 가는 길에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납니다. 이 날을 음력 4월 8일이라 보고 기념을 하지요.
그리고 싯다르타 왕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야 하는 '태어나고, 늙고, 병들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생로병사의 길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고자 왕자의 신분을 버리고 출가승이 되기로 일찍부터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그 오래된 결심을 드디어 실천으로 옮겨 부귀영화의 상징과도 같은 성을 떠난 날을 기념하여 출가재일을 기립니다. 이날은 음력 2월 8일입니다.
세 번째로는 갖은 고행과 노력 끝에 깨달음을 얻으신 성도재일입니다. 싯다르타 왕자는 출가하고 난 뒤 속세의 성을 따라 고타마라고 불렸는데, 고타마 수행자는 당시에 훌륭하다는 여러 스승을 만나며 다양한 수행법을 접하게 되지만, 그들의 수행을 따라 하며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르러도 본래 궁금해했던 생로병사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탐구하여 답을 찾기로 합니다.
고타마 수행자가 마지막으로 했던 수행법은 음식을 거의 먹지 않는 극한의 절식을 동반한 수행이었는데, 이 때문에 몸이 많이 상하게 됩니다. 무려 6년간의 수행이었지요.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식의 수행이 깨달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고타마는 근처에 있는 나이란자나 강에서 몸을 씻고 보리수나무 아래에 바르게 앉아 새롭게 마음을 다집니다.
이를 본 '수자타'라는 마을의 처녀가 우유죽을 정성껏 쑤어 고타마께 공양을 올립니다. 고타마는 우유를 넣어 만든 이 유미죽을 드시고 힘을 차린 뒤 선정에 들고, 그로부터 7일째 되던 날. 샛별이 떠오를 때 깨달음을 얻습니다. 고타마가 석가모니 부처님이 되는 순간입니다.
마지막은 음력 2월 15일 열반재일이지요.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으신 후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 각자의 근기에 맞게 맞춤형 설법을 하시며 깨달음과 평안의 길을 알려 주십니다. 쿠시나가라라는 곳의 사라 나무 사이에 여든 살의 병든 몸을 누이신 뒤, 오늘 저녁에 열반에 들 것을 제자에게 미리 알리시고는, 슬퍼하는 제자들과 사람들에게 마지막 설법을 하시며 최후의 유언을 하시고 떠나십니다.
"여래는 육신이 아니라 깨달음의 지혜다. 육신은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깨달음의 지혜는 영원히 너희 곁에 남아 있으리라. 세상은 덧없다. 부지런히 수행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출가재일, 성도재일, 열반재일은 부처님 오신 날만큼 축제처럼 떠들썩하게 보내지 않아서 절에 가끔 다닌다는 사람도 이런 기념일(?)이 있었나 싶은 날이지만, 자세히 보면 절에서는 이 날 다 같이 밤샘 철야 기도나 수행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 날을 기념한답니다.
저는 나일론 신도이긴 하지만 절에 종종 들리는 불자로서 성도재일 즈음해서 유미죽을 만들어 봤습니다. 올해 성도재일은 2025년 1월 6일이었으니, 시간이 좀 많이 지나서 포스팅을 하게 되었네요.
어쨌든 많은 스님들께서 설법하시길 내 부모, 내 남편, 내 부인, 내 자식이 부처라 하셨으니, 한 지붕 아래에 살고 있는 우리 집의 두 분 부처님께 유미죽을 공양해 봤습니다. 나는 내가 차리고 내가 먹는 셀프 공양입니다.
유미죽 레시피는 사찰음식 정규과정에서 배운 것을 따라 했어요. 연근이 들어가서 더 맛있는 죽입니다.
2024.11.20 - [사찰음식/사찰음식 수업 (향적세계 정규과정)] - 향적세계(초급) 4. 연근유미죽, 비름나물, 표고버섯 간장구이
향적세계(초급) 4. 연근유미죽, 비름나물, 표고버섯 간장구이
네 번째 수업에서는 연근유미죽, 비름나물 그리고 표고버섯간장구이를 배웠습니다. ● 1T는 15ml, 1t는 5ml, 1C은 200ml(cc)입니다.● '간장'은 진간장, 양조간장이 아닌 집간장, 조선간장 혹은 국간
madammong.com
남편은 죽을 싫어하는 편인데, 지난번에 해 줬던 땅콩죽과 이번 유미죽을 맛있다며 잘 먹었어요. 아이는 엄지 척하면서 삭삭 긁어먹었고요. 저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완성된 모습입니다.
의외로 간단하고, 고소하고 맛있는 유미죽 만들어 먹어 보세요. 우유가 들어간 죽이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느끼할 것 같지만 고소하고 맛있답니다. 평소에 죽을 싫어하는 사람도 충분히 좋아할 맛있는 죽이에요.
유미죽을 만들면서 주의할 점이나 조리 포인등은 지난번 포스팅을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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