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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사찰음식에 관하여

경전 속의 식재료 1

by 오몽실 2024. 11. 12.

부처님의 교단이 형성된 초기에는 모든 출가 수행자 들는 사의법 「십송률」에 의지하여 생활하라고 하셨다. 사의법이란 첫째, 출가자는 걸식에 의존해야 한다. 둘째, 출가자는 분소의(넝마조각의 옷)에 의존해야 한다. 셋째, 출가자는 수하좌에 의지하여 살아야 한다. 넷째, 출가자는 진기약에 의존해야 한다라는 것으로 출가자의 의식주가 어떠해야 하는지 규정한 원칙적 사항을 말한다. 이들 네 가지 사항은 각 항목마다 예외조항을 두어 필요에 맞게 적용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교단 초기에는 걸식에 의지하라 하셨지만 예전처럼 야생의 잎사귀, 열매, 뿌리 등을 채취해서 먹기도 하였다. 

「사분율」에는 여러 가지 음식물이 열거되는데 자주 등장하는 식재료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리륵 

가리륵은 산스크리트어로 하리타기이며, 하히륵, 하자, 하려륵 등이라고 하기도 한다. 티베트 의학에서는 '약의 왕'이라고 지칭하며 인간의 갖가지 고통을 덜어주기 때문에 불화를 그릴 때 부처님의 손안에 가리륵을 그려 넣기도 한다. 원산지는 인도 북부와 미얀마이고 인도,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맛은 쓰고  시고 떫고 짜고 달며 성질은 따뜻하다고 한다. 가리륵은 열매, 잎, 줄기를 모두 약재로 이용가능 하지만 주로 가을에 잘 익은 열매를 채취하여 말려 쓴다. 인후염이나 폐렴에도 효과가 있고, 소화촉진이나 지사제로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수행자의 상기병에도 치료제로 쓰인다.

 

비혜륵

비리륵이라도고 하는 이것은 산스크리트어로 비히타키, 악사 등으로 표시된다. 「비니모경」에 보면 어떤 비구가 병이 나자 부처님께서 다른 비구들의 청을 받아들여 가리륵, 비혜륵, 아마륵 세 과를 먹도록 허락하셨다고 하는 구절이 나온다. 비혜륵은 인도 신화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 나무인데 '비히티카'라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식물을 장복하면 건강하고 모든 질병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한다. 이 나무의 열매 씨앗은 긴 육면체 모양이라서 고대의 인도인들이 이 씨앗으로 주사위 놀이도 했다고 한다. 비헤륵의 꽃은 수수하지만 향기가 매우 좋아서 인도인들이 관상용으로도 즐겨 심는다고 한다. 

 

아마륵

불교경전에서는 아마륵수, 아마락가 등으로 표기되기도 하고, 산스크리트어로는 암라, 아마락가 등으로 불린다. 산스크리트어에서 '아(a)' 부정의 의미를 갖고 있고, 'mala'는 더러움이나 때를 뜻하기에 이 과일의 이름은 '무구청정의 과일'이라는 뜻이다. 경전에서도 '과실 중 으뜸'으로 언급하기도 하는 아마륵은 젊음의 활기와 힘을 주는 약인 트리팔라를 만들 때 들어가는 세 가지 재료 중 하나이다. 트리팔라는 위장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기생출을 없애주며, 장내 독소를 없애 주기에 아유르베다 의사들은 보통 거의 모든 질병에 앞서 나쁜 것들을 몸 밖으로 빼내기 위해 트리팔라부터 처방할 정도로 중요한 약이라 할 수 있다. 그 열매에는 비타민 C가 다량 함유되어 있고, 그 비타민C가 열에 안정적이어서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소화를 돕고 입안을 개운하게 해 준다.  

 

트리팔라

 

 

전단나무

전단나무는 좋은 향을 풍기는 나무의 대명사와도 같다. 그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찬다나, 칸다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백단향으로 불리고 있다. 전단나무는 높이가 12~15m 자라나는데 인도, 말레이시아, 호주 등지에서 자생하거나 재배한다. 나무의 중심부에 있는 심 부분에서 단맛의 향이 나는데, 30년 정도 자라야 연필심만 한 심이 생긴다. 이 심에서 나는 향이 바로 백단향이다. 전단나무의 향은 우리의 마음을 안정시켜 주고, 정신집중에도 도움을 준다. 그리고 각성 효과도 있어서 요가하는 사람들의 수행을 돕는 재료로 사용되어 왔고 우울증이나 불면증의 치료에도 사용된다. '침향'과 더불어 강렬하면서도 좋은 향기를 가진 나무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백단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는데, 여름철 보양식으로 여겨지는 '제호탕'이 그것이다. 

 

대나무 

불교 교단 최초의 사원은 축림정사다. 죽림정사는 가란타라는 장자가 자신 소유의 대나무 숲을 시주하고, 마가다국의 빔비사라왕이  부처님과 부처님의 제자들을 위해 큰 절은 지은 것이 그 기원이다. 이처럼 대나무는 불교에서는 친숙한 식물이다. 대나무는 종류가 매우 많지만, 대나무의 모양이나 식생환경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부처님께서 계셨던 곳의 대나무는 '큰 가시대나무'로 추측된다. 대나무의 어린 순이 바로 '죽순'인데, 죽순은 각종요리의 재료로 쓰일 수도 있고, 죽으로 끓여 먹기도 한다. 경전 「숫타니파타」에 보면 "자식이나 처에 대한 애착은 확실히 가지가 무성한 대나무가 서로 얽힌 것과 같다. 죽순이 다른 것에 잠겨 붙지 않는 것처럼 총명한 사람은 독립의 자유를 지향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고 하는 구절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