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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사찰음식에 관하여

사찰음식과 수행

by 오몽실 2024. 11. 8.

송광사 마지 퇴공
송광사, 마지를 퇴공하는 모습 (사진출처- 불교신문)

 

수행자의 수행과 사찰음식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와 관련해서는 몇 가지 경전을 살펴보면 그 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먼저 「수능엄경」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이 모든 중생이 삼매를 닦을 때에는 마땅히 세간의 다섯 가지 매운 채소를 끊어야 하나니, 이 다섯 가지 채소를 익혀서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게 되고 날것으로 먹으면, , , 치 삼독심을 일어나게 하나니 그러므로 아난아, 보리를 닦는 자는 영원히 오신채를 끊어야 하나니 이것이 바로 수행을 증진하는데 제일의 단계니라이렇듯 부처님께서는 제자 아난에게 수행의 첫 단계는 오신채를 영원히 끊는 것이라 말씀하시면서 그 이유도 덧붙이고 계신다. 바로 오신채가 정신을 산란하게 하며 탐(욕심내는 마음), 진(성내는), 진( 마음), 치(어리석음) 삼독심을 생기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신채는 앞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를 일컫는다.

또한 「유교경」의 다식고통대치법에 너희 비구들이여, 갖가지 음식을 공양받을 적에,, 음식을 마땅히 약을 복용하는 것처럼 대해야 한다. 좋은 음식이든 나쁜 음식이든, 더하거나 덜한 마음을 내지 말고, 몸을 지탱하고 굶주림과 목마름을 푸는 약으로 알아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이렇듯. 음식에 대해 탐욕심을 일으키지 말 것을 말고 어떤 자세로 음식을 대하고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주셨다. 음식뿐만 아니라 물질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고려시대 야운화상이 쓰신 「자경문」에 보면 아끼고 탐하면 착한 길을 막게 되고 자비로 베풀면 악한 길을 막게 된다’라고 하면서 물질에 대해 탐착 하는 마음을 경계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또한 ‘3일 동안 닦은 마음은 천 년의 보배가 되고 100년 동안 탐한 재물은 하루아침의 티끌이다라는 경구가 있다. 이 구절은 오늘날 수덕사의 큰 돌에도 새겨져 있다.

 

깨달음과 수행 그리고 음식

「능엄경」에는 부처님께서 오신채에 관해 "오신채를 먹는 사람은 12부 경전을 다 설한다 하더라도 시방의 천신이나 신선들이 그 냄새를 싫어하여 모두가 멀리 떠날 것이요, 모든 아귀들은 그가 밥 먹을 때에 그 입술을 핥기 때문에 항상 귀신과 함께 있게 되어 복덕이 날로 사라져서 영원히 이익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술과 고기에 대해서도 "무엇을 가리켜 근본 성품을 바로잡는 것이라 하는가? 아난아! 이와 같이 중생들이 삼매에 들어가고자 하면 먼저 깨끗한 계율을 엄하게 지켜서 영원히 음욕의 마음을 끊고, 술과 고기를 먹지 않으며, 불로써 음식을 깨끗이 하여 날것의 기운을 먹지 말아야 한다. 아난아! 수행하는 사람이 만약 음란한 마음과 살생할 마음을 끊지 않고  삼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항상 음란한 마음을 마치 독사보다 더 무섭게 여기고 원수나 도적을 보는 것처럼 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능가경」의 차식육품에서는 "중생이 예로부터 고기 먹는 습관으로 고기 맛을 탐착 하며, 번갈아 서로 살해하여 현성을 멀리 떠나고, 생사의 괴로움을 받는다. 고기 맛을 버리는 자는 정법의 말을 듣고, 보살의 지위에서 여실히 수행하여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또한 중생으로 하여금 성문, 벽지불 자리를 거쳐 쉴 곳에 들게 할 것이며, 쉬고 나면 여래의 자리에 들게 하리라. 대해여, 이와 같이 여러 이익되개 하는 일들은 자비한 마음으로 근본을 삼는다. 고기 먹는 사람은 큰 자비의 종자를 끊나니, 어찌 마땅히 이와 같은 큰 이익을 얻으리오.'라고 하셨다. 

이상의 모든 말씀은 다른 생명을 죽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육식의 특성상 고기를 먹는 것은 자비의 종자를 끊는 것이므로 깨달음에 이를 수 없다는 뜻이며, 바른 깨달음을 얻으려면 자비심이 그 근본이라는 것을 강조하신 말씀이다. 자비심이란 중생과의 상호소통 즉, 중생구제가 그 본질인데 육식은 중생을 구제하고자 하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원에 역행하는 것으로 이는 깨달음에도 이를 수 없다는 뜻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것이 곧 중생구제와 같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고기나 오신채를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인간의 삶은 괴로움이고 이러한 삶의 괴로움에 빠져 힘들어하는 중생을 보면서 구제하고자 하는 자비심이 일어난다. 즉 괴로움을 자각하는 것이 자비심을 일으키는 씨앗이 되고, 이 자비심을 바탕으로 보리심이 일어나 등정각을 이룰 수 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금강수보살에게 "온갖 중생들이 계를 지키지 않으면서 깨달음을 이루고자 한다면 이는 말이 안 된다. 이 계는 온갖 승속이 누구나 수지해야 한다."라고 하셨다. 

 

팔정도

부처님께서는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오신채와 육식을 끊고 팔정도 수행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팔정도는 정견(바른 견해), 정사유(바른 생각), 정어(바른 말), 정업(바른 행동), 정명(바른 생활), 정정진(바른 노력), 정념(바른 마음챙김), 정정(바른 선정)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