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2월 21월 동짓날입니다.
24 절기 중에 22번째 절기인 동지는 일 년 중에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이라고 하네요.
밤이 가장 길다 보니 음기가 극에 달하는 날이기도 하지요. 반대로 생각해 보면 이 동지 이후로는 다시 양의 기운이 싹트는 날이 되니 사실상 새해의 시작이라고 하여 '작은설'이라 부르기도 했답니다.
명절과 사찰음식 2 - 백중, 추석, 동지
백중 백중은 음력 7월 15일로 백종, 중원 혹은 망혼일이라고도 부른다. 머슴날, 머슴의 생일, 호미 씻는 날, 상놈명절이라는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음식과 술을 나누어 마시며 농민들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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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고 여러 가지 계획을 갖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일 년 동안 때에 맞춰 절기 음식을 만들어 아이와 먹어 보는 일이에요. 저에게도 아이에게도 재밌는 추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 첫 번째 절기로 동지가 당첨되었네요.
하지만 오늘 오전부터 오후까지 밖에 나가야 할 일이 있어서 팥죽을 두 번에 나눠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자, 우선 저는 전날 밤에 팥을 씻어서 물에 담가 불려 두었어요.
다음날 아침에 보니 팥이 물을 머금고는 제법 통통해져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매우 딱딱한 상태예요.
그다음 할 일은 냄비에 불린 팥과 팥의 5~6배 되는 물을 붓고 충분히 끓여 팥이 무르도록 푹 삶아 주는 거예요. 저는 한 30분 삶은 것 같아요.
팥을 처음 삶은 물로 팥죽을 끓이면 '생목이 올라'서 첫물은 버린다는 말도 많지만, 저는 그냥 끓여요.
'생목이 오른다'는 건 음식물이 위에서 역류하는 현상을 말하는 데 그러다 보면 약간의 쓴맛이 같이 올라오겠죠? 그런 현상이 기분 좋을 리는 없으니 피하려고 다양한 방법들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상 첫물부터 삶아 먹어도 생목이 올라오는 일이 없었어요. 또 바쁜 일정에 약간 번거롭기도 했고요. 저는 그저 집에서 만든 홈메이드 팥죽을 가족과 함께 먹는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어르신이나 아픈 사람에게 선물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더 정성을 들이겠지만요.
팥이 충분히 삶아졌는지 확인하려고 숟가락으로 팥 하나를 건져내 손가락으로 으깨 보니 부드럽게 으깨지네요. 예전에 고 최신애 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처럼 '째려만 봐도 으깨질 정도'로 삶은 것 같습니다.
팥을 삶을 동안은 뭘 했나? 아침밥도 먹고, 설거지도 했지요.
그리고 전에 동네 방앗간에서 빻아 두었던 습식 찹쌀가루를 꺼내 경단을 만들었습니다. 습식 찹쌀가루 1C에 소금 두 꼬집 넣은 끓는 물 2T를 섞어 뭉쳐 주니 예쁘게 반죽이 만들어졌습니다.
쌀을 불려 방앗간에서 빻은 습식 쌀가루가 아니라 마트에서 파는 건식 쌀가루를 쓰실 거면 2T보다 살짝 더 많은 양의 물을 넣으면 됩니다.
뜨거운 물로 익반죽을 해야 경단이 덜 갈라진다고 했던가, 더 쫄깃해진다고 했던가..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뜨거운 물로 반죽해 봤습니다.
그리고는 잣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경단 안에 잣을 하나씩 넣어 줬어요. 모든 경단에 다 넣은 건 아니고 잣이 들어 있는 경단 10개, 잣이 없는 순정 경단 5개 빚었습니다. 복불복이에요.
경단은 다 빚어서 유리 밀폐 용기에 넣고 물에 적신 촉촉한 면포를 뚜껑과 경단 사이에 끼워 냉장고에 넣어 두었어요. 저녁에 팥죽 먹을 건데 그동안 경단의 표면이 너무 말라 버릴까 싶어서요.
이제 다시 팥이 있는 냄비로 돌아갑니다.
잘 삶은 팥을 갈아야죠. 믹서기로 윙 갈아도 되고, 체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으깨면서 팥 껍질은 걸러내고 앙금만 받아 두 번에 나눠 끓여도 되지만, 뒤에 나올 설거지가 무섭기 때문에 도깨비방망이 등판시킵니다.
20년 가까이 된 것 같은데 고장 안 나고 잘 쓰고 있어요.
도깨비방망이 쓰려고 일부러 스텐 냄비에 팥을 삶았어요. 코팅냄비에서는 코팅이 벗겨질까 봐 신경이 쓰여서 막 갈아주기가 힘들잖아요. 스텐 냄비에 들어 있는 잘 익은 팥을 도깨비방망이로 거침없이 갈아 줍니다.
원래는 팥 알맹이가 좀 살아있게 거칠게 갈려고 했는데, 아침에 멍한 상태로 무념무상하게 갈다 보니 곱디고운 입자로 갈았어요. 부드러운 팥죽이 되겠네요.
이제 외출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밤을 깎아 놓고 뒷정리를 했어요. 저녁 식사 시간 즈음에 집으로 돌아오면 불려둔 쌀과 밤, 경단을 넣고 팥죽을 완성해서 먹을 거예요.
밖에서 볼일을 다 마치고 집에 돌아와 다시 글을 씁니다.
팥이 담긴 냄비를 열어보니 그동안 수분이 조금 더 날아가서 더 뻑뻑해져 있네요. 불린 쌀과 쌀을 담가둔 물을 모두 냄비에 부어 팥과 섞어 주면서 끓입니다.
물이 부족한 듯해서 물 1C을 더 부어주고, 밤도 크게 잘라 넣고 끓였어요. 이때부터는 팥 앙금이 냄비 바닥에 들러붙어 타지 않게 자주 저어 주며 끓여야 해요.
그 옛날에는 아궁이에 지키고 서서 하염없이 저어가며 죽을 쑤었을 테니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죽 쒀서 개 준다.'는 말에서 깊은 아쉬움과 허망함이 느껴집니다.
팥죽을 타지 않게 저어가며 10분 정도 끓인 뒤 뚜껑을 덮고 여열로 20분 정도 뜸을 들였어요. 뜸 들일 동안은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했지요. 팥죽을 먹기 위해 저녁밥을 평소보다 적게 먹고 팥죽 냄비를 열어 한 숟갈 떠먹어 보니 쌀알이 알맞게 잘 퍼졌어요.
그래서 이번엔 경단을 삶았어요. 다른 냄비에 물을 받아 끓이고 물이 끓으면 경단을 하나씩 넣어 익힙니다. 새하얀 경단이 물 위로 동동 떠오르면 잘 익은 거예요. 떠오른 경단을 건져서 팥죽이 들어 있는 냄비에 넣고 고루 섞어 줍니다. 마지막에 소금 간을 약간 했어요.
드디어 완성입니다!
설탕을 넣고 싶으면 넣어 먹기 위해 원당도 같이 곁들여 냈어요. 설탕을 안 넣어도 어디선가 자연스러운 단맛이 나는 게 참 신기했어요. 가끔 씹히는 잣도 재미나고, 고소한 밤도 맛있었어요. 집에서 만든 팥죽을 먹으니 소박하니 참 맛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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