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은 양력으로 2월 3일에서 2월 5일 사이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자 24개 절기 중 첫 번째 절기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오늘(2025년 2월3일) 입춘을 시작으로 한파가 몰아친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입춘 거꾸로 붙였나' 싶네요. 하지만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는 속담도 있는 걸 보면 입춘 무렵에는 종종 큰 추위가 있었나 봅니다.
입춘은 한자로 '서다, 이루어지다'를 뜻하는 '입(立)'자에 봄을 뜻하는 '춘(春)'자를 합친 말입니다.
입춘이되면 입춘방 혹은 입춘첩이라고 해서 새해에 좋은 일이 생기기를 기원하며 집의 중요한 곳에 복을 기원하는 글을 써서 붙이는 풍속이 있지요. 보통 '입춘대길(立春大吉)'이나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는 용어를 많이 써서 붙이는데, 그 뜻은 각각 '봄을 맞이해서 큰 복을 받기를 바란다' '밝은 기운이 일어나서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입니다.
그리고 궁중에서는 임금님이 오신반이라는 '다섯 가지 매운맛이 나는 나물'로 만든 음식을 드시며 겨우내 먹어 보기 힘들었던 신선한 채소의 맛을 보았고, 백성들도 이와 유사하게 눈 밑에 돋아난 햇나물을 뜯어 무쳐서 먹는 풍속이 있았다고 하네요.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입춘채' 혹은 '진산채'라고 해서 각 고을에서 오신반을 만들어 진상하고, 서로 선물을 주고받았다 합니다. 오신반이란 움파, 산갓, 당귀싹, 미나리싹, 무 등을 말합니다.
산갓은 초봄에 눈이 녹을 무렵에 땅속에서 움트는 싹인데 끓는 물에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매우 맵지만, 고기를 먹을 때 매우 좋다고 합니다. 당귀싹은 '움'에서 키운 신감채를 말하는데 꿀에 찍어먹으면 맛이 매우 좋습니다.
재미난 것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답게 한 해 농사를 점쳐 보기도 했다는데요.
「열양세시기」에 보면 보리뿌리를 캐서 뿌리가 세 가닥 이상이면 풍년, 두 가닥이면 평년, 한 가닥이면 흉년이라 하면서 한 해의 풍흉을 점쳤다고 해요. 이 '보리뿌리점'은 1984년 무렵만 해도 전국의 농가에서 행해지고 있었다 합니다.
그리고 콩,수수,팥 등 다섯 가지 곡식을 솥에 넣고 볶아서 제일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오는 곡식이 그 해에 농사가 가장 잘 될 거라 생각했다네요.
요즘엔 농업기술이 발달해서 계절과 상관없이 거의 모든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지요.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제철 음식만큼 맛있고 몸에 이로운 음식은 없는 것 같아요.
우리도 입춘을 맞이해서 주변의 매운맛이 나는 나물을 먹으며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깨워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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