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에는 불교의 계율과 전통에 따라 몇 가지 금계가 있고, 이 외에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사찰음식의 금계와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금계 - 육식과 오신채
사찰음식에서는 육식을 금하고 있다. 이것은 불교의 첫 번째 계율인 '살생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인데, 육식은 다른 생명을 살생하는 행위를 통해서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입능가경」의 '차식육품'에는 "세존이시여, 고기를 먹는 사람은 큰 자비의 종자를 끊는 것이니, 성도를 닦는 이는 마땅히 먹지 않아야겠습니다"라고 하는 구절이 나온다. 육식에 대한 금지는 다른 여러 경전에서 언급되고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대승불교권에서는 엄격히 지키고 있다.
오신채는 어떠한가? 오신채는 '다섯 가지의 매운 채소'라는 뜻으로 '오훈채'라고도 한다. 마늘, 부추, 파, 달래, 흥거가 이 다섯 가지인데, 익혀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게 되고 날 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더하기 때문에 금지한다고 「능엄경」에서 말하고 있다.
또 다른 경전인 「입능가경」 '차식육품'에서도 "술과 고기와 파, 마늘, 부추는 성도를 가로막는다"라고 언급하는 부분이 나온다. 오신채가 수행자의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성질을 가졌다는 이유 이외에도, 몸과 입에서 이들 오신채의 냄새를 풍겨 공동체 생활에 불편을 끼치는 것을 막으려 했던 의도도 담겨있다. 오신채의 채소들은 각각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마늘은 고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만들기 위해 동원된 노예들에게 먹였다고 할 만큼 대표적인 '힘'의 음식이고, 부추 또한 철분이 듬뿍 들어 활력을 주는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파는 꾸준히 먹으면 혈액순환도 좋아지고 기운도 나게 하는 식재료이고, 흥거는 마늘향이 나는 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나지 않는다.
다양한 약리작용
사찰은 주로 산중에 위치해 있는데 산에는 다양한 약용식물이 자라고 있어서 이를 이용해서 요리하는 사찰음식에는 자연히 여러 가지 약용성분이 들어 있다. 이것은 사찰음식이 비단 음식의 영양뿐만이 아니라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약리작용을 갖도록 세심하게 발전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큰 사찰에는 벚나무, 소나무, 은행나무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들 나무는 멋진 풍경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중요한 약재 이기도 하다. 벚나무 껍질을 진하게 달여 먹으면 기침치료에 좋고 속 껍질을 달인 물은 식중독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벚나무잎에 음식을 싸두면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솔잎차는 머리를 맑게 해 주기에 정진하는 스님들에게 매우 유용한 약차이고 은행알을 참기름에 재워 두었다가 먹으면 폐결핵에 유용하다 한다.
그래서 오늘날 사찰음식은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이러한 약리작용을 바탕으로 더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천연조미료의 사용과 전체식
육식과 오신채가 금지된 사찰에서는 자연히 다양한 맛과 향을 내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다른 천연조미료들이 발달하였다. 민가에서 많이 사용하는 간장, 된장, 고추장, 소금, 식초, 조청, 건고추, 건표고뿐만 아니라 각종 버섯들의 가루, 제피잎, 방아잎, 들깻가루, 말린 참죽순 등과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예다.
솔잎가루도 조미료로 사용한 경우가 있는데 정과나 밀전병을 만들 때 반죽에 섞어 푸른색을 내기도 한다. 제피가루는 사찰에서 김치를 담글 때 오신채 대신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제피 열매의 껍질을 곱게 갈아서 사용한다. 또 제피 열매를 통으로 간장이나 고추장에 박아서 장아찌로 먹기도 한다. 배초향이라 불리는 방아잎도 특이한 재료라고 할 수 있다. 방아잎은 향이 매우 독특한 편인데 사찰에서는 된장찌개에 넣어 먹거나 장떡을 만들거나, 튀겨 먹는다.
사찰음식의 특징은 천연 조미료를 사용한다는 점 이외에도 하나도 버리는 부분 없이 먹는 '전체식'인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마른 버섯을 불린 물은 그냥 버리지 않고 국이나 찌개를 만들 때 국물로 사용하고 나물 데친 물도 버리지 않고 국을 끓여 먹거나, 과일도 가능하면 껍질 채 먹기를 권한다. 전체식을 지향하는 이유는 식재료 하나라도 소중히 여겨 낭비하지 않으려는 태도이면서, 동시에 식품의 영양소를 골고루 빠짐없이 섭취하려는 데 있다.
제철음식 및 저장음식의 발달
육식이 금지된 불가에서는 자연스럽게 채식문화가 발달하게 되었고, 사찰이 주로 산중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철마다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채소나 산야채가 사찰 식단의 주된 식재료가 되면서 제철음식이 발달하게 되었다. 구하기 쉬운 제철 식재료를 이용함으로써 경제적인 부담도 덜 수 있는 장점도 갖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사찰에서는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계절인 겨울을 대비하여 다양한 장류, 장아찌, 절임류, 부각류와 김치 등도 발달하였다. 특히 사찰은 그 위치 상 큰 눈이 내리면 외부와 고립되기 쉬워 긴 겨울을 나기 위한 방법으로 각종의 저장음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저장음식에는 초절임, 소금절임, 장 절임 같은 절임류, 말려 두었다가 조리하는 튀김류와 부각류, 그리고 다양한 김치 등이 있는데, 각 사찰마다 지역적 특색이 있는 음식문화를 형성하였다.
사찰음식은 불살생과 생명존중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불교의 사상에 기반하여 건강한 생존과 궁극적인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을 담고 있는 중요한 불교문화다. 이 음식은 어떤 맛일까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먹어야 하는가를 되새기며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자연환경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음식을 베풀어준 시주자의 은덕에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는 수행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