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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사찰음식에 관하여

한국의 사찰음식

by 오몽실 2024. 10. 15.

일제강점기 시대의 봉은사
일제 강점기 시대의 봉은사 - 봉은사는 조선왕실의 원찰 중 하나였다. (출처-매일경제)

 

한국의 사찰음식

 

 우리나라의 사찰음식은 1700여 년 전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되면서부터 시작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 불교를 전래해 준 스님들은 계율에 입각한 수행자들의 생활을 가장 먼저 이해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불교가 공인을 받은 시기는 삼국시대인데, 그때의 자료를 보면 불교가 국가의 공인을 받으면서 백제와 신라에서는 불교의 계율에 입각하여 나라를 통치하려 했던 시도를 찾을 수 있다. 신라의 경우 불교를 공인했던 법흥왕이 '살생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렸었고, 백제의 법왕은 '살생을 금지하고, 민가에서 기르는 매를 놓아주도록 하고, 물고기를 잡는 기구를 불태우고 고기 잡는 것을 일체 금지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있다.

 

 이처럼 삼국시대에는  왕실과 귀족들의 적극적 활동으로 채식과 불교적 식생활은 널리 퍼지게 되었고, 고려시대에도 계속 이어지게 된다. 고려는 불교를 숭상했는데 역시 육식을 자제하고 채식을 권장하는 문화가 확산되었고 국가 차원에서 각종 불교 의례를 행하면서 사찰음식이 더욱 발전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선은 '숭유억불' 정책으로 불교를 핍박했다. 하지만 백성들의 생활 속에는 불교가 더 깊이 파고들면서 서민들의 음식문화 속까지 사찰음식이 깊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더불어 왕실이나 양반가에서 사찰을 통해 '재'를 지내면서 궁중음식이나 반가음식의 전통까지 사찰음식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이로 인해 전보다 더 다양하고 풍부한 사찰음식의 전통이 생기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역사를 살펴볼 때 한국의 사찰음식은 부처님 당시의 계율정신과 더불어 중국 불교에서 성립된 성농 일여의 수행 그리고 우리의 전통이 함께 살아 숨 쉬는 문화라 할 수 있다.  

 

 

발우공양의 정신

 

 우리나라는 4개의 발우가 한 조를 이루는 사합발우가 기본이다. 이 발우로 이루어지는 발우공양에는 많은 의미와 정신이 담겨 있다.

 

 첫째, 감사의 대상들에게 가지는 감사와 공경의 마음이다. 감사할 대상은 불보살의 은혜, 음식의 재료를 잘 자라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자연의 은혜, 땀 흘려 노동한 수많은 사람들의 은혜 그리고 이 음식을 보시한 시주의 은혜가 된다. 그래서 쌀 한 톨, 상추 한 장은 물론 쌀뜨물까지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두 번째는 연기적 세계관이다. 모든 존재가 서로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연기의 법칙을 잊지 않는다. 쌀 한 톨에도 수많은 존재들의 많은 작용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지금 내 눈앞의 작은 음식에도 유정, 무정들의 수많은 노고가 깃들어 있음을 자각하며 공양한다.

 

 셋째, 욕심이 없는 마음이다. 음식은 수행을 위해 꼭 필요한 만큼만 섭취해야 하는 좋은 약이라는 생각으로 음식의 양이나 맛에 대해 욕심을 내지 않는다. 특히 발우공양은 자기가 받은 음식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야 하기 때문에 음식에 욕심을 부리게 되면 큰 낭패를 보기 쉽다.

 

 네 번째 정신은 평등이다. 발우공양은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미나 어른스님이나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반찬을 먹는다. 지위가 높은 스님이라 해서 대중과 다른 특별한 음식을 받는 일이 없다. 평등의 정신이다.

 

 다섯째는 나눔의 정신이다. 비록 거칠고 소박한 음식이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 귀신이나 아귀에게 도 베풀어 주는 과정이 발우공양에 있다. 또한 헌식대에 놓아둔 음식들은 산새들과 짐승들에게 좋은 요깃거리가 된다.

 

 여섯째는 도업 성취를 향한 수행자의 서원을 잊지 않는 정신이다. 모든 공양과정은 오관게의 구절에 나타나듯이 깨달음을 성취하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수단이다. 밥 먹는 시간이라도 수행자의 본분을 잊지 않겠다는 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일곱째 정신은 친환경적인 정신이다. 수백 명의 스님이 한 번에 다 같이 공양을 하더라도 작은 음식 찌꺼기 하나 없이 맑은 천숫물 만을 배출한느 발우공양은 음식 쓰레기로 고민하는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서 매우 친환경적인 음식문화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공동체 의식이다. 발우공양을 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조리하고, 준비하고, 정리하는 많은 대중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내어야 한다. 또한 발우공양의 말미에는 절의 크고 작은 일들을 논의하는 '대중공사' 시간이 있다. 이 대중공사에는 누구든지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고, 민주적으로 결정을 내린다. 이처럼 발우공양에는 단순히 음식을 섭취한다는 의미 외에도 여러 정신들이 깃들어 있다. 

 

사찰음식이 우리의 음식문화에 끼친 영향

 사찰음식이 우리나라 전통 음식문화에 끼친 영향은 네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채식문화의 발달과 산채류의 활용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농경사회였기에 농사를 짓는 가축을 예부터 귀하여 여겨서 자연스럽게 육식을 절제하게 되었는데, 이에 더불어 사찰에서 스님들이 채식문화를 꾸준히 이어왔다.

 

 두 번째는 다양한 장류, 튀김류, 부각류 등이 개발되었다. 절메주라는 것이 생기면서 궁중에서는 절메주를 가지고 장을 담갔고, 육류를 절제하는 식단에서 부족하기 쉬운 열량을 보충하기 위해 다양한 튀김, 부각 종류들이 발달했다.

 

 셋째, 저장음식의 발달이다. 민가와 달리 절에서 담가 먹었던 김치는 보통의 김치에 흔히 넣는 파, 마늘, 젓갈을 넣지 않고 된장이나 간장으로 맛을 내었다.

 

 넷째는 다양한 약용식품을 섭생하는 방법이 강구되었던 점을 들 수 있다. 속가와는 달리 사찰음식에는 약용식품이 많았는데, 사찰이 주로 깊은 산중에 위치한 점이나 사찰의 살림살이가 좋지 못했던 까닭에 자연히 발달된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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