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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사찰음식에 관하여

사찰 음식의 정의

by 오몽실 2024. 10. 14.

가야산 해인사

 

 부처님은 "모든 중생은 먹는 것을 의지하여 생존하고, 먹지 않으면 죽는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증일아함경」 제4권 '호심품' 5경에 나오는데, 이외의 다른 경전에서도 이 같은 구절이 있다. 인간의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 할 수 있는 의식주 중에서도 먹는 것과 관련한 '식'은 그야말로 생존과 직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음식은 사람이 먹고 마시는 일체의 것을 일컫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은 고른 영양 섭취와 조화로운 맛을 지녔는데, 우리의 사찰 음식 역시 이러한 우리 음식의 전통을 잘 이어 왔다.

 

사찰음식의 정의

 

 사찰음식을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다. 사전적으로는 '불교에서 허용하는 승려들의 음식'이라 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찰 음식을 너무 좁게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정의에서는 사찰음식이 불교 수행자인 스님들의 거칠고 소박한 수행식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신도들이 특별한 재나 불공을 드릴 때는 각종의 음식과 떡, 과일 등이 다양하게 준비되고, 조선시대의 궁중에서 재를 지낼 때도 궁중에서 파견된 상궁이 사찰에 와서 궁중음식을 조리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양반가에서도 큰 재를 지낼 때에는 찬모를 사찰에 보내 반가음식을 조리하게 하였기 때문에, 스님들의 거칠고 소박한 수행식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이런 다양하고 진귀한 음식도 사찰음식에 접목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사찰음식의 정의를 논할 때는 사찰 음식에 깃든 정신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음식에 비해 시간과 수고로움이 많이 드는 편인 우리나라 음식을 보면 단지 음식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고유의 음식 문화가 정립, 존속되어 계승되고 있는데, 하물며 사찰의 음식은 어떠하겠는가? 사찰음식은 '불교정신을 담아 사찰에서 전승해 온 음식'이라는 점을 생각하며 사찰음식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식사가 아닌 공양 

 

 세간에서는 하루 세끼 먹는 밥을 '식사'라 하지만 사찰에서는 '공양(供養)'이라고 한다. 공양은 '공급해서 자양 한다'는 뜻으로 공경하는 마음을 담아 삼보, 스승 또는 조상 등에 꽃이나 향, 음식, 재물등을 바치는 일을 일컫는다.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을 불공이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공양의 의미에서 조금 더 확대되어 사찰에서의 식사라는 뜻이 더해진 것은 사찰음식이 스님들이 먹는 음식이기 이전에 불전에 올리는 공양이라는 의미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을 준비할 때도, 완성된 음식을 먹을 때에도 누군가가 공양, 보시한 음식을 먹는다는 점을 상기하며 그 은혜를 잊지 않으려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 즉, 공양이라는 말에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는 것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먹어야 하는가'에 대해 더 큰 의미를 부여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먹을 음식에 담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수고로움과 자연의 공헌, 음식을 베푼 시주자의 은덕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더불어 삼보와 스승, 시주자에 대한 공경의 마음이 기본정신으로 깔려 있는 것이다.

 

 

음식이 아닌 양약

 

 음식을 맛의 추구 대상으로만 바라보기 쉬운 최근에는, 쌀 한 톨에 농부의 땀이 일곱 근이 깃들어 있다는 '일미칠근(一米七斤)'의 의미가 많이 잊혀지고 있다. 음식에 대한 감사와 공경의 마음가짐 대신에 맛에 대한 탐닉이 그 자리를 대신해 가는 것이다. 여기서 음식을 단순한 음식을 넘어 '좋은 약'이라 여겼던 불교의 전통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불가에서 음식을 바라보는 이 같은 태도는 우선 사찰에서 공양을 할 때마다 외우는 게송인 '오관게'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오관게에는 '몸이 여위는 것을 치료하는 좋은 약으로 생각하여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라고 하는 구절이 있다. 뿐만 아니라 야운 스님은 자경문에서 제시한 열 가지 스님들의 생활규범 중 첫 번째 덕목이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을 멀리하라'라고 하였고, 원효대사는 발심수행장에서 "배고프면 나무 열매로 주린 창자를 달래고, 목이 마르면 흐르는 물로 갈증을 쉴지니라"라고 하였다. 잡보장경에서는 가전연 존자가 "음식의 본뜻은 배를 채우는 대 있다"며 음식의 맛에는 전혀 관심이 없음을 말하고, 십송률에서는 일반적인 음식을 시약, 시분약, 칠일약으로 이름하여 부르며, 음식을 수행자의 육신을 지켜 주는 약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맛에 대한 만족의 추구를 경계하고 있다.

 

 수행자가 음식의 좋고 나쁨을 가리고 맛을 추구하면 그것은 올바른 수행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극단적인 고행으로 음식을 멀리하고 몸이 여위고 기력이 쇠한다면 이 또한 도를 이룰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음식은 몸을 여위는 병을 치료하는 좋은 약이 되는 것이고, 이 약을 먹고 도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찰음식을 만들 때에는 음식을 좋은 약으로 생각하는 불가의 전통을 이어받아, 단순히 미각 추구의 대상으로서의 음식이 아닌 감사와 공경의 대상이자 몸을 지켜주는 좋은 약으로서의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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