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이의 생일이 비슷한 시기에 있는 데다, 올해는 사정상 부득이 생일상을 같이 합쳐서 차리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식탁에 반찬이 너무 많이 올라오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날은 두 사람의 생일상을 합쳐서 차리는 것인 만큼 제 나름대로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최대한 이것저것 차려 봤습니다.
몸이 매우 피곤한 날이었던 걸 감안하면 하얗게 불태운 수준이지요.
기본적으로 생일상이니까 팥이 들어간 짭조름한 찰밥도 하고, 생일상의 상징과도 같은 미역국도 끓였는데 올해는 황태를 넣고 미역국을 한번 끓여 봤어요.
참기름 두른 팬에 씻어서 적당히 자른 황태채와 다진 마늘을 넣고 볶다가 불린 미역도 넣고 같이 볶은 뒤 물을 부어 줍니다. 물을 끓이고, 물이 끓어오르면 다시 물을 조금 더 붓고 하기를 서너 차례 반복해 가며 맛있는 국물을 만들었어요. 간은 집간장과 소금으로 했습니다.
김치도 있어야죠? 그동안 배추김치를 많이 먹었으니 갑자기 별미(?) 김치가 먹고 싶어 사 온 농협 갓김치입니다. 농협 김치는 종류 불문하고 대체로 무난하게 맛있는 것 같아요. 한입에 우와! 하면서 착 붙는 맛이 아니라 특별할 것 없이 맛있다는 게 장점이라 생각됩니다. 이날도 중간중간 입안을 개운하게 해 주면서 자기 역할을 톡톡히 했어요.
몸이 힘들어서 사놨던 장뇌삼 두 뿌리도 뇌두를 제거하고 씻어서 남편과 하나씩 나눠 먹어 보고, 상큼한 오이탕탕이도 만들고, 고소한 더덕 잣소스 무침도 했습니다.
냉동 불고기 한팩을 해동시켜 미니새송이버섯, 쪽파, 당근을 넣고 불고기도 구웠지요.
쌉싸래한 감태도 꺼내고, 법송스님의 생미역전도 만들었답니다. 아이가 감태가 뭐냐고 묻길래 '김 친구'라고 했더니 '친구가 아닌 것 같다. 너무 쌉싸름한데'라고 하더라고요. 아직 쌉싸름한 친구를 못 만나서 그런가 봅니다.
법송스님의 생미역전은 꼭 한번 만들어 먹어보고 싶었던 터라 이 날 날을 잡고 만든 음식이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남편이 특히 잘 먹었습니다. 언제 만드는 법을 포스팅해 보겠습니다.
밥, 국, 오이탕탕이, 더덕무침, 불고기, 생미역 전을 어쨌든 다 만들고, 그걸 가족들이 잘 먹어주니 기쁜 하루였습니다.
더구나 아이가 태권도 사범님과 약속했다면서 저에게 '엄마, 낳아줘서 고마워요'라고 인사를 해 줘서 참 귀엽고 기특했습니다. 그리고는 슈퍼마리오 오락을 2시간 내리 하긴 했지만요. 그래도 사랑해~.
잘 먹고 다들 건강하기를 기원하며... 생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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