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숙년 선생님의 요리책「600년 서울음식」을 볼 때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 듭니다. 앞서 포스팅했던 '원추리 조개무침'도 그러했는데 '어글탕'이라는 이 생소한 요리의 레시피를 봤을 때는 그런 느낌이 더 많이 들었어요.
어글탕.. 탕이니까 국물요리인 것 같은데 어글은 무슨 뜻일까? 알고 있는 비슷한 단어라고는 영어의 '어글리(ugly)' 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어글은 우리말이고 탕은 한자어인데, 어글이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다고 되어 있었어요.
명태의 껍질을 이용한 요리인 것도 재미난데, 어글탕이라는 이름도 신기하고 그 뜻을 모르니 더 미스터리 한 분위기를 풍기는 음식입니다.
어쨌든 몇 년을 책으로만 보면서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직접 만들어 보게 된 어글탕입니다. 그리고 양념이나 재료의 양을 저희 식구 입맛에 맞게 약간 조절을 한 거예요.
재료는 북어 껍질 여러 개, 소고기 다짐육 150g, 계란 2개, 두부 1/4모, 숙주 50g, 건고추 1개, 밀가루 약간, 장국 국물(아롱사태 삶은 물 1.5L, 청장 1T, 소금 1/2t), 양념 (간장 3T, 파 1T, 마늘 1T, 깨소금 1T, 소금과 후추 약간씩, 참기름 1T)입니다.
원래는 소고기 양지 육수를 사용하지만 저는 아롱사태 장조림 만들 때 챙겨둔 사태 삶은 육수가 냉동실에 있었기 때문에 그걸 사용했어요.
[ 만드는 방법 ]
1. 북어 껍질을 다듬어요. 칼등으로 비늘 껍질을 긁어내고 뼈가 있으면 제거해 주세요. 그리고 지느러미도 가위로 잘라 정리한 뒤 깨끗이 씻어서 원하는 크기로 자릅니다. 북어 껍질에 물이 닿으면 껍질이 금세 부드러워질 거예요.
나중에 북어 껍질을 팬에 지질 때 오그라드는 게 걱정이 되면 명태 껍질에 칼집을 군데군데 내어 주면 됩니다. 저는 칼집을 넣지 않고 그냥 사용했어요.
2. 숙주는 데쳐서 물기를 짜내고 송송 썰어주고, 두부는 면포에 넣고 꽉 짜서 물기를 제거해 둡니다. 그리고는 숙주와 두부, 소고기 다짐육을 분량의 양념재료와 함께 조물조물 잘 섞어요.
3. 북어껍질 안쪽에 밀가루를 고루 묻히고 여분의 가루는 털어낸 뒤 2번에서 양념해 둔 재료를 퍼 얹어서 평평하게 고루 얹어 줍니다. 덧가루로 쓴 밀가루가 일종의 접착제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그리고 나면 밀가루를 다시 한번 뿌리고, 달걀 옷을 입혀 기름을 두른 팬에 지져 냅니다.
4. 장국에 건고추를 하나 넣고 끓입니다. 국물이 끓으면 미리 지져둔 북어 껍질 소고기 전을 넣어주세요. 처음에는 가라앉지만 이 건더기가 떠오르면 쪽파와 고추를 넣고 뜨겁게 담아냅니다.
5. 완성이에요!
처음에 북어 껍질을 물에 불렸을 때 약간 먹어 봤는데 제법 질겼어요. 그래서 '이 질긴 걸 어떻게 먹지?'하고 걱정을 조금 했었어요. 그런데 전으로 지져내어서 그런지 완성된 음식을 먹었을 땐 질긴 느낌 없이 너무나 맛있었습니다.
맵지 않은데다 깊은 소고기의 맛과 향이 구수한 북어향과 어우러져 그런지 아이도 맛있게 한 그릇 뚝딱 먹은 메뉴예요.
책 안에 분류에 따르면 어글탕은 겨울 음식이에요. 하지만 제가 어글탕을 만들었던 이 날은 봄인데도 꽃샘추위로 추웠기 때문에 이 특이한 탕요리가 참 잘 어울렸어요. 한 번쯤 만들어 볼 만한 정성이 가득 담긴 맛있는 음식이라 생각됩니다.
책 안의 선생님 표현을 빌리자면 '각별한 맛' 이거든요.
저는 이 날 원추리나물과 민들레김치 그리고 두메부추 전이랑 같이 먹었어요. 남편은 그냥 부추전보다 두메부추전이 더 맛있다며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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