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장담그기 금기 풍속

by 오몽실 2025. 2. 19.

 

 

 

얼마 전에 제가 시판메주를 사서 집에서 장을 담갔다고 했잖아요?

 

2025.02.18 - [Mong's table/Big Projects] - 장 담그기 - 시판메주로 아파트에서 장 담그기, 장 담는 날, 소금비율

 

장담그기 - 시판메주로 아파트에서 장담그기, 장담는 날, 소금비율

2025년 첫 번째 빅프로젝트는 장 담그기입니다.   작년에는 아이와 함께 대두콩을 사서 삶은 뒤 쿠팡에서 구입한 홍국균을 섞어 버무려 집에서 띄워 봤었어요. 콩알메주 만들어 보려고요.  그

madammong.com

 

 

 그래서 이런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에는 어떤 관련 풍속이 있었는지 한번 알아봤습니다.

 

 장을 담그는 날은 '말날'을 길일로 여겼는데, 남쪽 지방에서는 대보름이 지난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말날에 장을 담고, 중부나 북부지방은 두 번째나 세 번째 말날에 장을 담았답니다.

 

 말날은 과거에 말을 소중히 여겨서 팥떡을 만들어 마구간 앞에 놓고 말의 무병과 건강을 빌었던 풍속에서 기원했다고 합니다. 풍년에 대한 감사를 뜻하는 날이기도 해서 길일로 여겨졌다 하네요.

 

 반대로 장을 담기에 별로 좋지 못한 때로 여겨진 날도 있었는데 바로 원숭이 날인 '신일'인데요. '시다'라는 뜻의 한자와 소리(음)가 같아서 이날 장을 담그면 장맛도 시어질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래요.

 

 또한 장 담그기 사흘 전부터 외출도 삼가고, 집에 개를 꾸짖어도 안되며, 장을 담그는 여인의 입을 창호지로 봉하기도 했다 합니다. 

 

 여인의 입을 창호지로 봉했다는 얘기를 아이에게 해 줬더니 아이가 '자기는 말하는 걸 너무 좋아하니 아무래도 엄마랑 장 담글 때 말을 많이 할 것 같다.  그러면 장맛이 나빠질 수 있으니 자기 입에 사과 한 조각 물려주면 장을 다 담을 때까지 말을 안 하고 참아 보겠다.' 하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사과를 물고서 침 튀기며 신나게 얘기할 것 같아 아무것도 물리지 않았는데, 장 담기에 진심인지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잘 참아 냈습니다. 덕분에 장을 잘 담았어요.

 

또  장을 담을 땐 장에다가 숯이나 고추를 띄우고, 장독에도 금줄을 치거나 버선본(버선 만들 때 쓰는 종이)을 거꾸로 붙여두고 부정이 생기지 않길 염원했다죠. 

 

또 장맛이 변하지 않길 바라며 장독 둘레에는 새끼줄 꼰 것을 둘러치고 소나무가지, 붉은 고추, 숯, 한지를 매달아 두기도 했습니다.

 

 장을 위한 정성은 준비과정이나 담그는 과정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어요. 장을 담그고 나서도 조심했습니다.

 

 장을 담근 후 삼칠일(3x7=21일) 동안은 상갓집에 가지도 않았고, 해산(출산)을 한 여인이나 달거리를 하는 여인 그리고 잡인은 장독대 근처에 가지 못하게 했다네요.

 

그리고 벌레들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 장독대 주변에는 방충효과를 가진 식물을 심었어요. 맨드라미, 봉선화, 제피, 방아, 부추, 접시꽃 같은 식물이 이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장과 관련한 재밌는 믿음에는  '장맛이 변하면 집안에 우환이 든다' 던가 '망한다'는 속설이 있어요.

 

 옛날에는 정말 장을 담는 준비과정부터 완성후 관리하는 과정까지 어느 하나 정성이 들어가지 않는 과정이 없었네요. 장을 담는 김에 풍속도 알아보니 더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