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자연의 흐름에 맞게 순응하며 생활해 왔는데, 이런 태도는 우리네 식생활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그리하여 계절마다 달리 생산되는 제철식품으로 식탁을 차려내고 즐기는 풍속이 일찍부터 발달하였다. 세시음식이란 1년 중 때마다 만들어 먹는 음식으로, 그 종류에는 명절음식(절식)과 계절마다 제철식품으로 만드는 시절음식(시식)이 있다.
설
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에는 떡국, 전, 한과, 과일 등으로 상을 차려 온 가족이 다 함께 식사를 하고, 손님이 있으면 손님 접대도 한다. 설날에 하얀 떡국을 끓여 먹는 것은 고대의 태양숭배 신앙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설날은 새 해의 첫날이므로 밝은 흰색 떡을 사용한 것이고, 둥근 모양의 떡국 떡은 둥근 태양을 의미한다. 시루에 찐 떡을 둥글게 늘여 기다랗게 뽑은 가래떡은 재산이 쭉쭉 늘어나라는 축복의 의미가 있다. 그리고 떡국을 한 그릇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의미도 있다. 설날에 먹는 떡국 중에서도 지역별로 조금 더 독특한 형태의 떡국이 있는데 충청도 지방에서는 쌀가루를 반죽해서 가래떡처럼 길게 늘여 끓여 먹는 생떡국이 있고, 개성 지방에는 가래떡을 가늘게 비벼 늘여서 나무칼로 누에고치 모양으로 만들어 조랭이 떡국을 끓인다. 또한 북쪽 지방은 떡국 대신에 만둣국을 끓여 먹거나 만두를 삶아서 초간장에 찍어 먹는다.
그렇다면 설날에 사찰의 풍경은 어떨까? 사찰에서는 설날이 되면 각 강원과 선방에서는 불전에 모여 새벽 통알을 하고 어른 스님께 세배를 올리고 불전에 음식을 올리고 선망부모에게 예를 올린다. 큰 산중에서는 암자마다 음식을 만들어 서로서로 주고받는데 떡과 강정, 곶감이 주를 이룬다. 정월의 떡은 팥고물을 묻힌 팥떡과, 약식, 찹쌀을 기름에 일궈 병과를 만들고 산자와 강정을 만든다.
초파일
음력으로 4월 8일은 불가의 최대 명절인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불교가 민중에 전파되면서 오랜 세월 민속화되어 우리나라 세시 풍속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신라 때부터의 풍습으로 초파일이 되면 사람들은 사찰에 가서 재를 올리고 가족의 평안을 빌었다. 연등의 풍습은 고려 때 성행하여 사찰 이외에 집집마다 등을 달기도 하고 거리에도 관등을 밝혔다. 요즘에는 초파일이 되면 각 사찰에서 아기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불식을 하고 육법공양을 올린다. 육법공양이란 향, 등, 차, 꽃, 과일, 쌀 공양을 일컫는다. 또 초파일을 앞두고 붓과 솔로 불상에 쌓여있는 먼지를 살살 털어내어 청소를 하기도 한다. 물걸레질을 하면 불상에 입혀져 있는 금박이 손상된다.
초파일에는 고기를 먹지 않는 소연을 베푸는데 소찬으로 볶은 콩, 미나리강회, 느티떡 등이 있다. 이 날이면 아이들은 자리를 깔고 느티떡과 소금에 볶은 콩을 먹으며 동이에 물을 담아 바가지를 엎어 놓고 돌아가면서 두들겨 노는 수부(물장구) 놀이를 하였다. 느티떡은 느티잎이 억세지 않고 연할 때 채취하여 멥쌀가루에 섞어서 녹두고물이나 팥고물과 함께 켜켜이 넣고 쪄서 나눠 먹었다. 초파일 즈음에는 미나리가 한창 맛있을 시기라서 미나리를 살짝 데친 뒤 버섯, 대추 등과 돌돌 말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하였다. 또한 부처님이 탄생하실 때 부처님의 백호에서 오색광명이 빛난 것을 상징하며 불가에서는 경사스러운 날에 오색의 등을 달거나 오색실을 나누어 주기도 하며 오색떡을 먹기도 한다.
단오
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이기도 하고 설, 추석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명절이기도 하다. 문헌에 따르면 단오는 여름의 더위가 시작되는 날인데 고려시대에는 남자들은 공차기나 편싸움을 하였고, 여성들은 그네뛰기나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풍습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졌다. 단오에는 수리취(쑥)를 짓이겨 멥쌀가루와 반죽한 뒤 수레바퀴 모양의 떡살로 문양을 찍어 낸 절편 떡을 만들어 먹었는데, 단오 즈음에 제철을 맞이한 쑥을 이용해서 떡을 만들어 먹은 점은 '약식동원'의 생각이 실천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다가 올 무더위를 이기고 몸을 보신하기 위해 제호탕과 앵두 편, 앵두화채를 만들어 먹기도 하였다. 사찰에서는 단오에 대중이 모두 모여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산행을 하기도 하고, 비구스님들은 축구를 하기도 하면서 하루를 즐긴다.
칠월칠석
칠월칠석은 그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음력 7월 7일에 해당하는 날로, 이 날 저녁에 견우와 직녀가 1년 만에 만난다는 날이다. 칠석날은 별자리를 특별히 생각하는 날이기도 해서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신으로 여겨졌던 북두칠성에게 수명장수를 기원한다. 각 가정에서는 밀전병과 햇과일 같은 제물을 차리고 고사를 지내거나 장독대에 깨끗한 정화수를 떠 놓고 가족들의 무병장수와 집안의 무탈을 기원하기도 하였다. 칠월칠석에 먹는 음식으로는 밀전병과 밀국수가 있는데, 이는 영유아 사망률이 높았던 시절 명이 짧은 아이들의 명줄을 늘이기 위해 국수를 먹거나 찹쌀로 밥을 짓고 미역국을 끓여서 불전에 올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어린이들의 '지혜증장'을 기원하며 기도도 많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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