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절기 중 네 번째 절기이면서 양력으로 3월 20일 또는 21일에 해당하는 '춘분'은 그 한자어를 살펴보면 '봄을 나눈다'는 뜻인데요.
봄을 나눈다는 것은 춘분을 기준으로 봄이 둘로 나뉜다는 것으로, 춘분이 봄의 한가운데 있다는 의미예요. 춘분에는 실제로 태양의 중심이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기 때문에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합니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걸 어떻게 다 알고 있었을까요?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어쨌든 이런 춘분에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얼음창고였던 빙고의 문인 빙실을 여는 날이라, 추위와 북방의 신인 '사한' 혹은 '현명씨'에게 제사를 지냈어요. 그 제사를 사한제라고 합니다.
사한제를 지내며 날씨가 따뜻해 지기를, 날씨가 추워지기를, 눈이 내리기를 기원하고, 빙고에 얼음을 넣어 저장하고 빙고의 문을 열어 얼음을 꺼낼 때 무탈하기를 빌었다 하네요.
뿐만 아니라 각자 자신의 나이수만큼 '나이떡'을 먹기도 했어요. 그 대신 아이는 송편처럼 생긴 이 나이떡을 작은 크기로 빚었고 어른은 크게 빚어 먹었다네요.
또 이 나이떡을 앞으로 농번기가 닥쳐 바쁘게 일을 해야 할 머슴들에게 나눠줬기 때문에 '머슴떡'이라고도 불렀다 합니다.
춘분 당일의 날씨로 한 해의 농사를 예견하기도 했어요. '이 날 비가 오면 아픈 사람이 드물고, 날씨가 맑고 구름이 없으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열병이 많다고 믿었다'는 내용이 18세의 농서 「증보산림경제」에 쓰여 있어요.
날씨가 화창하고 맑으면 당연히 좋은 징조 일 것 같은데 오히려 안 좋게 여겨진다니 그 속 뜻이 뭘까 궁금하네요.
춘분을 큰 명절로 여겼던 건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닙니다.
페르시아에 뿌리를 둔 이란, 튀르키에,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에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춘분을 '노루즈'라 이름하여 새해 첫날 명절로 지낸다 해요. 고대에 태양신을 섬겼던 멕시코도 그러하고요.
유대인들도 춘분을 새해가 시작되는 날로 여기고 유대인의 명절인 유월절을 춘분 다음에 오는 첫 보름날로 정했고, 기독교에서는 부활절을 춘분 뒤 첫 보름날 다음에 오는 첫 일요일로 정했다고 합니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다양한 문화권에서 춘분을 중요한 날로 여기는 게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옛 풍속을 살려 오늘날까지 춘분을 즐기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춘분에 날씨는 어떨까요? 아마도 추웠나 봅니다. 그래서 '이월바람에 검은 쇠뿔이 오그라진다'라든가,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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