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 대보름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어요. 오늘 밤 달님의 얼굴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아이는 하얀 눈과 보름달이 잘 어울린다며 좋아하네요.
정월대보름에는 아홉 가지의 나물반찬과 다섯 가지 곡식을 넣어 만든 오곡밥을 김에 싸 먹으면서 한 해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지요. 그래서 저도 동참해 봤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돌보면서 나물과 오곡밥을 한 번에 다 하기는 어려울 듯하여 대보름 하루 전날인 어제 '소망일' 저녁에 오곡밥을 먼저 만들어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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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일 - 정월대보름 하루 전 날, 작은 보름날, 음력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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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쿠쿠나 쿠첸, 풍년, 휘슬러, 실리트 등등 압력밥솥의 도움이 있으니 조금 간편하게 오곡밥을 만들 수도 있지만, 저는 오곡밥을 쪄서 만들기로 했어요. 사찰요리 수업시간에 배운 찐 오곡밥이 아주아주 맛있었거든요.
그럼, 오곡밥 재료를 한번 살펴볼까요? 다섯 가지 곡물이란 기본적으로 쌀, 수수, 조, 콩, 팥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레시피든 공통적으로 들어가더라고요.
그리고 그 외에는 집집마다 달라서 땅콩을 넣기도 하고, 다른 잡곡을 넣기도 해요. 저는 배웠던 사찰요리 레시피대로 연자를 넣었어요. 말린 연자가 아니라 냉동된 생 연자라 미리 불려 둘 필요가 없어서 간편했습니다.
건조된 연자를 쓸 경우에는 다른 잡곡과 마찬가지로 잘 불려서 써야 해요.
쌀도 찹쌀만 쓰는 경우, 찹쌀과 멥쌀을 섞어 쓰는 경우 등 여러 가지 레시피가 있었지만 저는 이것도 원래 수업받았던 레시피를 따르기로 했어요. 그래서 찹쌀과 멥쌀을 동량으로 섞어 썼습니다.
즉, 멥쌀, 찹쌀, 검은콩, 연자, 찰수수, 차조, 팥을 모두 1/2C(100ml) 준비하면 됩니다. 밥에 간을 해 줄 소금 1t도 함께 준비해 주세요.
오곡밥 복잡해서 어떻게 만드나? 싶지만, 알고 보면 전처리가 약간 손이 갈 뿐 만들기가 어렵지 않아요. 곡식이 모두 딱딱하게 말라 있으니 불려 주기만 하면 되거든요.
검은콩(저는 껍질은 검고, 속은 초록색인 서리태 콩을 썼어요), 수수, 조는 깨끗이 씻어서 물에 담가 두세요. 부드러운 오곡밥을 먹고 싶으면 전 날 저녁부터 물에 담가 두고 다음날 조리할 때 써도 됩니다. 어쨌든 최소한 3~4시간은 불려 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콩은 잘 불리면 껍질 표면에 쭈글쭈글하게 주름진 곳이 없이 매끈하게 펴지면서 통통해질 거예요.
팥은 깨끗이 씻어서 3배 정도의 물을 붓고 잘 삶아 주세요. 딱딱한 팥을 10~15분 정도 삶으면 설컹하게 70% 정도 익을 거예요. 하나 먹어보면 알 수 있죠. 그럼 팥 삶은 물은 버리지 않고 따로 1C 챙겨 두고 팥은 물기를 빼서 준비해 둡니다. 처음 팥 삶은 물은 쓰지 않고 버리고, 두 번째 새 쓴 물로 팥을 푹 삶기도 합니다만, 저는 그냥 첫 물부터 푹 삶았어요.
연자는 생연자든 건조된 연자든 반으로 갈라서 안에 들어있는 초록색싹을 제거해 줘야 쓴맛이 나지 않아요. 자세한 손질법은 글 제일 아랫부분을 참고해 주세요.
저는 어제 아이 등원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터라 팥을 좀 많이 삶아서 팥이 완전히 다 익어 버렸었어요. 그래서 오곡밥이 질척하게 될 줄 알았더니, 고슬고슬 너무 맛있게 되었답니다. 그러니 많이 삶아져도 당황하지 말고 계속 만들면 됩니다.
멥쌀과 찹쌀은 30분 정도만 불려서 물을 빼 두면 되고요.
곡식이 모두 잘 불었으면 한 곳에 모아 양손으로 고루 잘 섞어 주세요. 팥물에는 분량의 소금을 넣고 잘 섞어 두고요. 다만, 불그스름한 밥보다 하얀 오곡밥이 좋은 사람들은 팥물 대신 맹물을 쓰면 됩니다.
이젠 모든 재료를 물에 젖은 베보자기를 깐 찜기에 넣고 찌면 됩니다. 찜기에 물이 끓어서 김이 올라올 때 밥을 올려야 해요. 그리고 뚜껑을 덮어서 20분 정도 찝니다.
20분 정도 지나면 뚜껑을 열고 소금을 넣은 팥물을 고루 흩뿌리면 주걱이나 숟가락으로 밥을 전체적으로 골고루 뒤적거려 주세요. 밥에 색깔도 입히고 팥소금물을 뿌려 밥에 간도 배이게 하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중간에 물을 뿌려주면 밥이 더 잘 퍼져서 부드럽게 익는다고 하네요.
그리고 다시 뚜껑을 덮고 20~30분 더 찝니다. 저는 30분 더 쪘어요. 20분 정도 지나면 밥을 조금 먹어보고 본인이 원하는 익힘 정도로 선택하면 됩니다.
완성이에요!!
아이는 오곡밥을 원래 잘 먹는데 오늘은 처음 먹어 본 연자가 너무 맛있다며 좋아했어요. 약간 밤 같은 느낌이 나는 식재료입니다. 저도 만든 보람이 있는 정말 맛있는 오곡밥이었습니다.
다음날 정월 대보름에 만든 아홉 가지나물도 구경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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